검은 돌풍 잠재우고 알프스 넘는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독일월드컵에서 맞붙을 상대들이 드러났다.

결과는 만족할 만하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 중 만만한 상대는 단 한 팀도 없지만 우려하던 최악의 조편성은 피했고 역대 월드컵 조추첨 결과와 견줘봤을 때도 한번 해볼만한 상대들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얕볼 수 있는 팀들은 아니다. ‘아트 사커’ 프랑스는 우승을 넘볼 수 있는 막강 전력의 팀이고 스위스도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신흥 축구강국이다.

베일에 싸여 있는 처녀 출전국 토고는 아프리카 예선에서 최다승을 거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프랑스

막강 레블뢰 군단 재무장

객관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상대는 프랑스. 그러나 지레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릴 상대도 아니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격파하고 우승컵을 안은 후 유로2000,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등을 차례로 제패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랑스는 2002한일월드컵을 고비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2월드컵 A조 예선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했고, 유로2004에서도 8강전에서 복병 그리스에 0-1로 덜미를 잡혔다.

독일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어렵사리 조 1위를 차지해 ‘왕년의 아트 사커가 아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일랜드 스위스 등과 독일월드컵 유럽 예선 4조에 편성된 프랑스는 빈곤한 득점력으로 예선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못한 끝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클로드 마켈레레(첼시) 릴리앙 튀랑(유벤투스) 등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들을 복귀시킨 후 3연승을 거두고 조 1위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지단 등 베테랑들이 복귀하기 이전 단 한번도 시원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자국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위용이 아닐지라도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인 만큼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가 분명하다.

월드컵 예선에서 득점력 빈곤으로 고생했다고는 하지만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아스널)와 다비드 트레제게(유벤투스)를 비롯, 지브릴 시세(리버풀), 실뱅 윌토르, 플로랑 말루다, 시드니 고부(이상 올림피크 리옹) 등이 이끄는 공격진은 가공할 만하다.

역대 전적에서도 두 번 맞붙어서 모두 패했다. 특히 2001년 6월 한국에서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무려 5골을 터트리며 5-0 대패의 수모를 안겨준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은 2002년 5월 수원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베스트 멤버가 출전한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 끝에 2-3으로 석패, 이길 수도 있는 상대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윌토르 등 올림피크 리옹의 ‘레블뢰 3인방’은 2004~20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PSV 에인트호벤의 ‘태극 듀오’ 박지성-이영표에 가로 막혀 4강 진출이 좌절되기도 했다.

스위스

조직력 뛰어난 '넘어야 할' 팀

‘네임 밸류’에서는 떨어지지만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스위스다. 우리와는 조별 예선 최종전(24일ㆍ하노버)에서 맞붙게 되는 만큼 16강 진출은 스위스와의 승부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스위스는 유럽 4조 예선에서 프랑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후 플레이오프에서 터키를 꺾고 본선에 합류했다.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해 스타 파워는 떨어지지만 조직력을 앞세워 짜임새있는 축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조별 예선에서 프랑스와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4승6무로 한 경기도 지지않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

간판 스타는 예선에서 7골을 터트린 스트라이커 알렉산더 프라이(스타드 렌). 프라이는 프랑스 르샹피오나에서 2003~2004 시즌과 2004~2005 시즌 연속 20골을 기록할 정도로 탁월한 득점력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는 16경기(11일 현재)에 출장해 5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30일에는 안정환(FC 메스)과 맞대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2-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한국과 스위스의 ‘젊은 피’들의 재대결도 관심거리다. 스위스는 지난 6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20세 이하)에서 박성화호에게 예선 첫 경기 패배를 안긴 바 있다.

당시 맞대결을 펼쳤던 박주영 백지훈(이상 FC 서울) 김진규(주빌로 이와타) 등과 요한 볼란텐(NC 브레다) 레토 지글러(함부르크) 필리페 센데로스(아스널) 등은 청소년선수권에 이어 월드컵에서 ‘제 2라운드’를 치를 전망이다.

볼란텐은 지난해 9월 파로군도와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스위스의 축구 신동’으로 각광받는 인물로 박주영과의 재대결 여부가 관심을 끈다.

또 지글러는 이영표가 PSV 에인트호벤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며 설 자리를 잃고 함부르크로 임대된 인연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토고

베일에 싸인 아프리카 신흥강호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다. 1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우리와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2002월드컵에서 확인했듯, 조별 리그 통과를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프랑스 스위스보다 못하다는 평이기에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다.

그러나 우리에게 토고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상대다. 그러나 아프리카 예선에서 세네갈과 잠비아를 꺾고 7승2무1패로 1조 예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대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 처녀 출전국들이 대회마다 ‘깜짝쇼’를 벌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간판 선수는 프랑스의 명문 AS 모나코에서 뛰고 있는 스트라이커 엠마누엘 아데요보르. 아데요보르는 아프리카 지역 예선 10경기에서 무려 11골을 터트리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콩고와의 월드컵 예선 최종전에서 1-2로 뒤진 후반전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작렬하며 토고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아브델 쿠바자(FC 소쇼)도 요주의 대상이다.

또 토고에는 미드필더 세리프 투레 마맘과 골키퍼 코시 아가사 등 안정환과 FC 메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선수들이 2명이나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