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반전의 미학
보통 반전 영화는 결말을 알고 나면 영화가 시시할 법도 한데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할수록 결말을 알아도 영화에 빠져들게 된다.
가이리치 감독의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베럴즈(이하 ‘록 스톡’)’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스토리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탁월한 반전 영화다.
영국의 타란티노라고 불리우는 가이리치는 이 영화에서 ‘펄프 픽션’이나 ‘트레인 스포팅’만큼이나 기발한 스토리 구성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는 치기 어린 소매치기 청년 세 명이 도박판에서 객기 한 번 부리다가 왕창 쪽박 차면서 꼬이게 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도박사 해리에게 무려 50만 파운드의 도박빚을 지게 된 에디와 그의 친구들은 도박빚을 갚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던 차에 우연히 도둑질을 공모하는 도그 일당의 작업 내용을 엿듣게 된다.
도그 일당은 대마초를 재배해서 거래하는 일당을 덮쳐 한탕을 노리고, 에디와 그 친구들은 도그 일당의 돈을 가로채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조폭을 상대할 만한 무기가 없다.
이제부터 또 다른 어설픈 일당이 사건에 엮이게 된다. 도박사 해리가 아끼는 총 두 자루를 촌뜨기 도둑들이 해리의 충복 베리에게서 훔치고 이들은 낡고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이 총을 장물아비에게 팔아 넘긴다. 그런데 에디가 문제의 총 두 자루를 사게 되면서 일은 점점 꼬인다.
손 쉽게 대마초와 돈을 손에 넣은 에디는 그 돈을 하필이면 대마초 재배 패거리의 보스에게 팔아넘기려고 하고 패거리 보스는 겁없는 애송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나선다.
한편 촌뜨기 도둑들은 자기들이 판 총이 도박사 해리의 총임을 알고 이를 다시 되찾으려 하고…결국 비슷한 시간 각기 일당들은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한 공간에 모인다.
영화는 돈가방과 대마초 그리고 두 자루의 총을 사이에 두고 동상이몽의 패거리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거듭하면서 기막힌 반전의 결말로 치닫는다.
가이리치 감독은 엉뚱하게 엮여드는 사건들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재치를 발휘한다. 스크립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에서 필터 색감까지 색달라 개봉 당시 젊은 영화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 덕분에 2004년에는 한 영화잡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영국 영화 가운데 3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막힌 반전 영화 가운데 순위를 꼽으라면 그보다는 높은 순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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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 뒤치락 반전의 미학. 하지만 이러한 재미도 영화에서나 봐줄 만하지 현실에서는 가끔 악몽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생명과학을 소재로 한 최고의 반전 드라마, 일명 '황우석 쇼크.'
이 기막힌 반전극은 그 어떤 스릴러보다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관객을 소름돋고 전율에 떨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 드라마에는 일말의 스포일러(결말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재미를 반감시키는 일)도 없었다.
복선과 암시도 없이 수많은 억측과 소문으로 일관했던 이 비극의 반전 드라마가 이제 일장춘몽 허무극으로 끝나고 있다.
하지만 혹시 나중에 또 다른 기막힌 반전이 드라마틱하게 이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관객들은 지루하게 이어지는 반전극에는 오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법.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베럴즈'처럼 빠르게 치고 빠지는 반전의 충격 요법도 런닝타임 3시간을 넘는다면 지루해졌을 테니 말이다.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