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구세주'서 촌스럽고 망가진 엽기 연기로 웃음폭탄 날려

도회적이면서도 귀염성 있는 얼굴이 눈길을 끈다.

1월 7일 서울 종로구 피카디리 극장에서 열린 영화 ‘구세주’(감독 김정우ㆍ제작 익영영화 씨와이필름) 시사회 전에 인근 카페에 만난 신이(27)의 첫 인상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촌스럽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각인돼 있는 그녀에게선 예상과 달리 꽤 세련된 여인의 향기가 풍긴다.

실제 ‘컴퓨터 미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썩 괜찮은 외모를 지녔는데, 화면 속에서는 망가진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16일 개봉하는 ‘구세주’에서도 신이는 ‘안 생긴 외모’ ‘촌스런 패션 감각’의 선두주자로 눈물겨운 투혼을 발휘한다. 조폭도 때려잡는 여검사 ‘고은주’ 역. 사법고시는 눈 감고도 붙지만, ‘연애’고시는 눈을 질끈 감고 덤벼도 해답이 안 보이는 소위 ‘폭탄’으로 몸을 날린다.

이 같은 엽기적 연기에 대해 신이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망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자이기 때문에 예뻐 보이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연기자로서 슬퍼질 때가 있다”고 솔직하게 심정을 밝혔다.

조금은 처량하게 들리지만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예뻐 보이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접고 망가짐으로써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코믹배우의 길을 택한 그녀의 모습에선 속을 꽉 채운 열정이 느껴진다. 오히려 신이는 이러한 코믹 연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가겠다는 생각이다.

“때로는 코믹한 장면을 찍고 나서 고개를 못 들 때가 있지만, 망가져서 그 장면이 잘 나오면 짜릿한 희열을 느껴요. 또 훗날 아이들에게 부끄럼 없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당당해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이지만, ‘어머니’라는 대목에 이르면 가슴이 벅차 오르는 모양이다. 그런 신이의 어머니에 대한 정의는 그녀의 독특한 캐릭터만큼이나 엉뚱하다.

“어머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어머니는 영화에서처럼 내가 남자를 성추행해도 내 편이 돼주실 분”이라는 기괴한 답이 돌아온다. 장난이 아니다. 진지하다.

“엄마는 영원한 내 편이잖아요. 심지어 내가 잘못을 해도 내 편인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 그런 고향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물론 아직은 스스로 고등학생 같이 느껴져서, 현실에서 엄마가 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단다.

따라서 “극중 쌍둥이 엄마 역할에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며 “박원숙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 고향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어머니 연기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구세주’는 신이의 첫 주연작. 영화 데뷔작인 ‘색즉시공’(2002)을 비롯해 ‘위대한 유산’, ‘낭만자객’, ‘키다리 아저씨’와 최근의 ‘가문의 위기’까지 만년 조연이었던 설움을 떨쳐내고 당당히 주연을 꿰찬 소감에 대해 “난 항상 그대로”라는 알쏭달쏭한 태도를 보인다.

여하간 신이는 이제 물이 올랐다. ‘신이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코믹에선 김선아, 카리스마에선 신은경을 뛰어넘는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이에 대해 신이는 “편집이 잘 돼 별 세 개(별 다섯 개 만점)는 줄 정도”라며 웃는다.

유쾌해서 사랑스러운 신이에게 늘상 따라다녔던 조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스타’라는 호칭을 붙여줘도 이젠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