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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한국 드라마계의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신인급 연기자들의 드라마 주인공 급부상이다. 새해에 화제를 모으는 드라마들은 스타급 연기자 캐스팅을 잇달아 배제하고 신인급 연기자를 발탁하여 제작됐다.

KBS 2TV 미니시리즈 ‘안녕하세요 하느님’의 유건 김옥빈, MBC 미니시리즈 ‘궁’의 윤은혜 주지훈, SBS 미니시리즈 ‘천국의 나무’의 이완 박신혜, KBS 2TV 미니시리즈 ‘봄의 왈츠’의 서도영 한효주 등 의 공통점은 신예 연기자들이 주연급으로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2004년 중반 이후 그동안의 드라마 제작이 유명 연기자를 앞세워 화제성을 부각시키는 ‘스타 시스템’이 주류를 이뤘다면, 올해의 새로운 흐름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타를 배제한 캐스팅 탓에 화제성 등 포장의 약점은 감수해야 하지만 작품성으로 승부를 거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승부수가 ‘스타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방송가의 관심이 뜨겁다.

스타 시스템 드라마가 톱스타의 연기력 등 화려한 볼거리로 시청자를 즐겁게 한 점은 분명한 미덕이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연기자 몸값으로 인한 제작비의 급등, 톱스타 연기자에 맞춘 캐릭터 변화로 작품의 정체성 혼란 초래, 연출자와 작가의 입지 위축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폐해론’, ‘무용론’ 등이 심심찮게 제기됐다.

그런 점에서 신인급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제작 형태는 스타 시스템의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으로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하다.

김옥빈과 유건을 간판으로 내세운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당초 하지원 김래원 등 톱스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기 위해 물밑 접촉했다. 그러나 출연료, 대본 수정 등의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스타성보다 드라마 내용으로 승부하겠다며 스타 캐스팅을 포기했다.

‘궁’의 경우도 이동건과 보아 등 톱스타 캐스팅을 추진하다가 여건이 맞지 않아 신인급인 윤은혜와 주지훈을 깜짝 카드로 내세웠다. ‘봄의 왈츠’도 성유리가 일찌감치 주연으로 확정됐지만, 스타 파워를 앞세운 기획사의 요구와 외주제작사와의 대립 끝에 주인공을 한효주로 교체했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궁’ ‘천국의 나무’ 등이 방영 중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과연 이들의 시도는 어떤 성적표를 받고 있을까.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이 방송가의 전반적인 평가다. ‘궁’은 20%대 중반의 시청률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안녕하세요 하느님’이나 ‘천국의 나무’는 10% 수준에 불과해 시청률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뛰어나 성적이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생소한 얼굴이 시청자들 가까이 파고들기엔 아직까지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

안녕하세요 하느님’과 ‘천국의 나무’는 완성도나 출연진의 연기에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마케팅상의 약점을 상쇄시키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그렇지만 연출자와 작가의 기획 의도를 충실히 살려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다.

MBC 드라마 ‘공주님’의 연출을 맡고 있는 표민수 PD는 “연초 분위기로는 톱스타가 드라마에 출연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만큼 신인급 연기자를 내세운 작가주의 드라마가 대세였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숙제를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봄을 맞아 다시 스타 시스템을 추구하는 드라마들도 속속 기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방송가는 새 얼굴 발굴하기에도 분주하다.

스타 시스템과 작가주의의 균형을 이루는 제작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한류에 힘입어 스토리의 성장을 거듭하는 드라마가 제작 시스템의 발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반갑다.


스포츠한국 연예부 이동현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