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영화 '음란서생'서 관능적 매력 발산

에로 배우, 독기 서린 악녀 등 그동안 간단치 않은 배역을 통해 개성을 분출했던 김민정(24)이 이번엔 아름답고 요염한 ‘왕의 여자’로 돌아온다. 23일 개봉되는 영화 ‘음란서생’(감독 김대우, 제작사 비단)을 통해서다.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에요. 정인(情人)은 물론 왕까지도 위험에 빠뜨리는 인물이죠.”

부와 권력,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후궁이지만, ‘음란 소설’을 쓰는 사대부 서생에게 반해 그와 정을 나누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탈을 감행하는 ‘정빈’ 역이다. 한마디로 가시 돋친 장미 같은 팜므파탈(femme fatale).

후에 남자에게 배신 당한 뒤에는 겉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파국을 부른다. “독하고 악해 보이지만, 가슴 속 진실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점에 애착이 가죠. 순수하면서도 섹시하고, 매 장면마다 감정선이 달라 힘들었어요.”

‘음란서생’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 탓일까. 아니면 전도연이 전라로 열연한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스캔들’의 시나리오를 썼던 김대우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일까. 남자들에게 음란함의 ‘영감’을 불러넣어야 하는 김민정의 노출 수위가 초미의 관심사다.

“노출에 만족한다, 아니다, 뭐라 얘기하긴 힘들어요. 당시 어떤 감정인지가 가장 중요했고, 끝나고 나니까 즐거움으로 남네요.” 김민정은 사실 ‘드러냄’보다 ‘감춤’의 미학을 통해 아찔한 뇌쇄적 자태를 발산하는 스타일이다.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섹시미 철철 단아하고 품격 있으면서도, 살짝 저고리만 풀면 한껏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는 한복이 그녀의 관능적 매력을 한껏 살려줬다는 평이다.

“한복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숙해보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섹시해요. 그래서 한복을 입고 있으면 아름답고 고혹적인 ‘정빈’ 역으로 더 쉽게 빠져드는 것 같았죠.”

그런데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을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신나는 일만은 아니었다.

“4kg이 넘는 가채를 머리에 쓰고 연기하느라 임파선이 부었다”며 “한복은 풍성하게 보여야 아름답게 보이는데, 한여름에도 8,9겹씩 겹쳐 입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고 사극 연기의 고생담을 토로한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이 힘들어 나중엔 물도 안 마셨다고 회상한다.

그래도 정신적인 즐거움이 육체적인 고단함을 덮었다고 한다. 그녀보다 열 여덟 살이나 많은 극중 연인 한석규가 특히 힘이 돼줬다.

“석규 오빠는 정말 신사적이에요. 저한테는 더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특히 여느 배우들과 달리 말이 아니라 눈빛으로 소통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영화에서 홍일점이었니 당연히 뭇사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 한석규 외에도 이범수, 오달수 등 온통 남자 배우들에 둘러싸여 촬영했단다. “연기생활 16년째이지만, 이처럼 홍일점으로 인기를 독차지한 경우는 유일무이하다”며 살짝 웃는다.

‘왕의 남자’에 이어 사극의 榮華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는 기대작 ‘음란서생’. 거의 ‘아빠뻘’인 한석규를 ‘오빠’라 부르는 당찬 면모를 지닌 때문인지 김민정은 작품의 흥행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제가 영화를 찍으며 내내 재미있었듯, 그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 믿어요. 즐거운 음란함으로 가득한 영화, 그래서 보고 나면 묘하다고 느낄겁니다.”

발랄하면서도 발칙한 유혹이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