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정말 황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황실이 있다면 대외적으로 품위가 있어 보이지 않겠어요?”

서울 당산동의 한 주택가에서 만난 윤모씨(27ㆍ여ㆍ회사원)는 한국이 입헌군주제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요즘 적잖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생각을 갖게 된 듯하다.

한국은 당연히 대통령제로 생각하던 사람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궁’(극본 인은아ㆍ연출 황인뢰)의 영향이 크다. ‘현재 한국에 왕이 존재한다면?’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궁’이 시청률 25%를 넘나들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의 생각마저 바꾸고 있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궁’이 100여 년 전 사라진 황실의 복원을 바라게 할 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현대와 과거의 조화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많은 시청자들을 ‘궁’으로 끌어들이는 첫번째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영화배우와 감독들의 사진이 벽의 한 면을 장식한 현대판 황태자의 방과 황태자비의 방, 같은 궁 안에서 공간을 옮기면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방들이 교차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오산에 지은 세트가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궁궐 밖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엮어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는 젊은 시청자에게, 전통 궁장을 입은 황태후, 황후의 모습은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에게 각각 어필하고 있다.

현대식 정장을 입은 상궁과 내관 등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현대라는 배경, 가상이었기에 가능한 천방지축 황태자비 신채경은 이 역할을 맡은 윤은혜의 안티팬도 없어지게 만들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주연을 맡아 각자의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황태자 이신 역의 주지훈,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왕자 이율 역의 김정훈, 이신의 여자친구 효린 역의 송지효도 김혜자, 심혜진, 강남길 등 중견 연기자들과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다.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지만 드라마는 원작과 차별화된 내용으로 전개되는 것도 인기의 비결이다.

황태자 이신(주지훈)의 누나 혜명공주(이윤지)가 등장하고 이신의 큰어머니 화영(심혜진)이 악역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황태자비 신채경(윤은혜)과 신의 친구들이 대립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이 원작과의 차이점.

만화의 주 독자였던 10대 소녀들을 이러한 차별화로 끌어들이고 다른 연령층으로까지 인기의 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아직 연재되고 있는 원작 만화보다 먼저 끝내야 하는 만큼 앞으로는 원작에 없는 내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티격태격 부부생활을 하고 있는 신과 채경의 사랑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또 극 후반부에 부각되고 있는 왕위 계승 문제는 어떻게 끝날지 등의 흥미진진한 내용은 시청자들을 마지막까지 ‘궁’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궁’은 종영도 되기 전부터 영화, 뮤지컬화 등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김은구 스포츠한국 기자 kingk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