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클릭 / 이유리] SBS 드라아 '사랑과 야먕'에서 시골집 고명딸 역 맡아 풋풋한 이미지로 변신 중

“오후 5시 30분 이후에는 물도 안 마셔요. 5㎏를 뺐죠.”

안개꽃처럼 여린 이미지의 이유리(22)가 더 가냘프게 변했다. SBS 주말드라마 ‘사랑과 야망’(극본 김수현ㆍ연출 곽영범)에서 가난한 시골집의 착한 고명딸 ‘선희’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선택이다.

그 가녀린 몸으로 품이 넉넉한 하얀색 스웨터를 걸치고, 두 손을 모아 단정히 서 있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1960년대 헐벗고 배고프던 시절의 ‘누이’ 이미지다. “김수현 선생님이 ‘사과같이 풋풋한 이미지를 내라’고 주문하셨고, 그에 맞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유리는 지금껏 드라마 ‘노란 손수건’ ‘러빙유’ 등을 통해 도회적인 깍쟁이 이미지로 널리 알려졌기에, 스스로도 이번 드라마를 연기 변신을 시험하는 무대로 삼았단다.

“사실 저는 말할 때 똑부러지게 말하는 타입이라 좀 차갑게 느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말끝을 내리고 따뜻하게 얘기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무척 애를 썼어요. 현대적인 유리도 이런 역에 어울리는구나 하는 얘기를 듣고 싶었죠.”

그런 노력이 화면 속에도 묻어나는지, ‘사랑과 야망’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선희’ 배역은 조연급이지만 주연보다 더 돋보인다는 평.

선이 강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휘어잡는 태준(조민기 분), 태수(이훈 분), 미자(한고은 분) 사이에서 일종의 포근한 완충지대가 된다. 이렇게 착한 배역을 맡았더니 기대치 않은 반응도 뒤따르고 있다.

“악역으로 출연할 때는 몰랐는데 착한 배역의 이점이 있더라구요. 추상미, 이훈 등 같이 출연하는 선배님들이 ‘선희’의 선한 이미지로 저를 바라보고 많이 예뻐해 주세요.”

지난해 ‘부모님 전상서’에 이어 김수현 드라마에는 두 번째로 출연한다. 색깔이 독특하기로 유명한 ‘김수현 사단’에 합류한 사실이 보여주듯, 이유리는 여느 20대 초반의 연기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궁' 캐스팅 논란, 윤은혜에게 지금도 미안 이유리는 사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MBC드라마 ‘궁’ 캐스팅 당시 단연 여주인공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제작사의 사전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결국 타이틀롤은 베이비복스 출신 윤은혜가 맡았다. 젊은 연기자들이 선호하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쉬운 트렌디드라마의 주인공을 거절하고, 왜 그토록 어렵다는 김수현 드라마의 조연을 택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왜 연기자가 됐는지, 무엇이 궁극적인 목표인가에 관해서죠. 그랬더니 저는 CF모델이 아니고 연기자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려 하기보단 연기자로서 차근차근 한 발을 내딛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궁’ 캐스팅 논란으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동료 연기자 윤은혜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요. 이후에 저도 더 애착을 가지고 ‘궁’을 보는데 윤은혜는 정말 연기를 잘 해요. 아마 제가 했더라면 그 이미지보다 덜 신선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선한 선희의 감성이 이미 몸에 밴 때문일까. 아니면 ‘유리’라는 맑은 이름 때문일까. 이유리는 마음 씀씀이도 정말 예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다부지다. “스스로에게 노력상을 주는 게 올해 목표예요. 먼 미래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연기자라는 말을 꼭 듣고 싶어요.”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