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지다'는 100% 상상속 얘기

데뷔 6년째. 휘성은 어느덧 6집 가수가 됐다. 그렇다고 그가 편하게 속내를 드러내는 취재원은 아니다. 방송국 어딘가에서 마주칠 때면 무뚝뚝하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사라진다.

대기실에서도 목을 풀거나 생각에 잠겨 있다. 본인의 표현대로 '대인 기피증'에 가까울 정도로 내성적이다. 휘성이 '별별토크'에 응했다고 했을 때 기자들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여 기자(이재원기자 이하 이)는 "무슨 얘기할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남 기자(김성한기자 이하 김)는 "아무 얘기도 안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했다. 예상대로 휘성은 여간해서 말을 시원하게 하지 않았다.

지지부진하게 2시간이 흘렀을 때, 그의 입이 비로소 열렸다. 그는 자신을 괴롭혔던 가슴 아픈 소문의 대상을 최초로 실명 거론했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었다. 대신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또 다른 오해를 낳는 것을 막기 위해 묵묵히 아픔을 삭혀야 했던 진한 속내가 전해졌다.

그와의 2시간은 예민하고 여린 그가 냉혹하고 차디찬 세상 속에서 대인 기피증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지 깨닫기에 충분했다.

■ 노랫말 쓸때 솔직하게 표현하죠
성격도 그렇고… 솔직한게 아니면 안하는게 맞다고 봐요 재미없어요


▲공연 준비로 바쁘실텐데(김) =사실 그랬죠. 공연 준비를 많이 못해서 걱정이에요. (매니저들을 보며) 일주일, 아니 4일만 비워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네요.

▲술은 자주 하시나요?(이)

=술자리에는 많이 가요. 근데 거의 안마셔요. 몸이 술을 감당 못해요. 많이 마셔야 소주 반 병 정도. 집에서 같이 사는 친구와 가끔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게 전부죠.

▲무대에서는 활기찬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이) =상당히 소심해요. 대인 기피증에 가깝죠. 연예계에서 저와 친하다고 소문난 분들하고도 일년에 한번 만나는 게 전부죠.

▲의외네요.(김) =동료들끼리 밖에서 어울리다 보면 사람들 눈에 띄고 입에 오르내리게 짜증스러워서 그래요. 그래서 아예 그런 걸 안 만들려고 해요. 원래 낯가림도 심하기도 하죠.

▲그럼 대부분 누구와 시간을 보내세요?(이) =댄서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요. 게임도 하고 춤도 연습하고 그러면서 보내요. 가끔 클럽에서 댄서들하고 가서 서로 춤 배틀(?) 하는 정도죠.

▲이번 노래 <별이 지다>도 관심을 끌고 있어요. 직접 가사를 썼죠?(이) =네. 원래 제목은 '내 맘속에 별이 지다'였는데, 줄였죠.

▲정말 영화 <노팅힐> 스토리에서 따온 가사인가요?(이) =(뜸을 들이다가) 100% 상상에서 온 가사에요. 사람들이 제가 쓰는 가사를 안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슨 얘기죠?(김) =제 가사가 좀 직설적이에요. 튄다고 할까요. 전형적인 가사는 아니죠.

▲그래서 좋아하는 게 아닐까요.(이)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 밖의 일에는 불쾌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기대하고 예상한 게 아니면 비난하고 싫어하죠. 윤하가 불렀던 <비밀번호 486>의 가사를 썼을 때 '제가 대한민국을 망치는 장본인들' 8위에 올랐더라고요.

▲그건 무슨 순위죠.(김) =인터넷에서 서핑하다가 우연히 봤어요. 사랑 노래의 가사를 유치하게 써서 수준을 낮췄다는 얘기겠죠. 제 나름의 스타일이 있는 건데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 난 타협보다 도전 즐기는 사람
'R&B 가수' '지르는 가수'… 깨뜨리려고 계속 노력할 것


▲이해할 수가 없네요. 1위는 누구던가요.(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요. (씁쓸하게 웃으며) 사람들 마음이 그렇죠. 당시에는 못살겠다고 그러더니 요즘에는 다들 그립다고 하잖아요. 제 노래를 비난하다가도 좋다고 따라 부르잖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묘해요.

▲가사를 쓸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나요?(김) =흑인 음악이 본래 솔직한 내용을 표현하죠. 제 성격도 그렇고요. 솔직한 게 아니면 전 안하는 게 맞다고 봐요. 재미없어요. 솔직히 인기나 돈을 위해 가사를 쓰는 게 맞죠. 전 둘 다 얻고 싶어요. 하지만 인기 얻으려고 제가 재미 없는 걸 할 자신이 없어요. 자존심 팔아가면서 음악을 하고 싶지도 않고요.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날 때도 말들이 많았죠.(김) =전 어디서도 제가 계약금을 얼마 받았다고 얘기한 적 없어요. 근데 사람들은 쉽게 얘기하죠. 돈 때문에 옮겼다고 했어요.

▲그럼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이) =당시 굉장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무조건 깨고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죠. 애벌레가 껍데기를 벗을 때 무지하게 아플 거에요. 변화의 고통이겠죠. 저도 아팠어요. 하지만 그 때 계속 YG에 남아 있었다면 <안되나요2><위드 미2>만 계속 만들었겠죠. 그렇게는 10년 뒤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YG에게도 민폐죠. 앞으로도 휘성하면 'R&B가수' '지르는 가수' 같은 말이 들려올 때마다 전 그걸 계속 깨뜨리려고 할 거에요.

▲후회를 한 적은 없나요?(김) =후회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 길 밖에 없었어요. 사실 힘들었어요. 제가 음악 프로그램에서 1등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힘이 없다라는 걸 깨달았죠. 그리고 힘이 없으면 바보가 되는 것도 알았어요. 그래도 분명한 것은 양(현석) 사장님이 제게 고마운 사람이라는 거죠. 명절 때마다 연락 드리고 있어요. 전 절대 잊지 않아요. 제가 <안 되나요>로 나왔을 때, '서태지와 아이들' 체면 다 잊으시고 발로 뛰면서 홍보해주신 분이세요. 그래서 더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소신이 강해보여요. 타협을 잘 못하죠?(이) =어릴 때 영향이 있어요. 부모님이 상당히 엄하셨어요.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든 알아내셔서 저를 마구 혼내셨죠. 11번 집에서 쫓겨났어요. 그렇게 자라서 그런지 전 맘에 없는 말을 잘 못해요. 거짓말을 능숙하게 못하죠. 그래서 손해 보는 일이 많아요. 전 아마 사업은 평생 못 할 거에요.

▲강한 소신에 반해서 악플로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죠?(김) =예민한 편이에요. 보지 않으려고 해도 못 견뎌요. 보고는 계속 상처받는 스타일이죠.

▲가장 견디기 어려운 악플은 어떤 것이었나요?(이) ='…하지 마라'는 거 있죠. '노래 하지 마라' '가사 쓰지 마라' 사람들이 왜 저한테 이거 저거 하지 말라고 하는 건지. 생각하면 화가 나요. 사실 1집 때부터 올해 초까지 타인에 의해 수용되는 삶이라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창작을 계속 하면서 마음이 계속 다치고 충동적인 생각도 하게 만들죠.

■ 해명하면 또 다른 오해생겨
'별이지다' 같은 소재 떠오르면 또 쓸것 그래야 제 음악이 될테니까요


▲그렇게 예민한데 지난 한해는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김)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지냈어요.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닐까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하셨죠. 그런데도 가족 때문에 할 수가 없었어요.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왜 내 친척들의 삶은 드라마 같지'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다들 저렇게 어렵게 사는 것 같아서 주변을 돌아보면 그렇지 않아서 더 놀랐죠. 그런 걸 보면서 커서 그런지 부모님에게 저 때문에 그런 고통을 안기고 싶지 않았어요.

▲이제 어떤 가사를 지어도 지난해 사건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아요.(김) =OO요? (실명을 얘기한 것에 자신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노래 말고도 세 번이나 그런 가사를 쓴 적이 있어요. 일락 형한테 가사 써준 <헤푼 여자>도 말이 많았죠. 근데 정말 그건 제 의도와는 상관없어요. 제목이 제 의도와 달리 바뀐 거에요. 뮤직비디오 장면도 그렇고요.

▲일일이 해명하기 어려운 형편인 것 같아요.(이)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전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잖아요. 제가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요. 전 언제나 상황에서 솔직하게 사람들을 대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절 이상하게 몰아가려는 것 같아요. 그걸 일일이 해명을 하면 또 다른 오해가 생기죠. 한바탕 거대한 파도가 왔다가 지나갔죠. 이제는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전 솔직해요. 제가 사람들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하는 면 안돼죠. 차라리 음악을 그만두고 말죠. 앞으로도 <별이 지다> 같은 소재가 떠오르면 가사를 또 쓸 거에요. 그래야 제 음악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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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11/06 07:06:10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