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미인도 논란한수련 '미인도' 작가

한수련(29.여) <미인도> 작가는 성 정체성을 포함해 신윤복에 대한 작가적 상상의 여지는 충분하며, 김홍도의 악행 장면 역시 전체주제를 나타내기 위한 영화적 장치의 하나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 작가는 고전주의자로서 김홍도의 세계관이 낭만주의자인 신윤복에 의해 전복되는 과정을 영화에서 둘의 관계설정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는 의도를 설명했다.

인터뷰는 12일 전화로 이뤄졌다. 한 작가는 사진제공을 꺼려했다.

- 김홍도가 신윤복을 성폭행 한다는 설정까지 한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옳다’, ‘그르다’를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학자의 문제다. 상상은 문학가의 자유다. <군선도> 장면은 단순히 치정을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니다. 김홍도는 <군선도>를 그려놨다가 신윤복의 그림을 보고 나서는 그림을 한 점도 그리지 못한다. 김홍도의 고전주의적 세계관이 신윤복의 낭만주의적 세계관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육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 신윤복을 여자로 본 것 역시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모독’에 가깝다는 비판이 있는데

상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족보에 자를 ‘입보(笠父)- 삿갓 쓴 남자를 이르는 미칭’라고 해놓아 굳이 남자임을 강조한 것과 <미인도>에서 ‘얇은 저고리 밑, 가슴속 가득한 정을 붙끝으로 전하노라’란 구절을 보고 타고난 재능을 가졌으되 여자로 태어나 재능을 감추고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인으로 설정했다.

- 인간 신윤복은 어떤 사람이었다고 보나

신윤복은 여자를 사랑한 사람이다. 그 시대에 갇혀있던 여자들을 그림의 전면에 배치해 가질 수 없는 간절함을 표현했다. 어렸을 때 풍자화가라고 배운 것과 달리 그는 유미적, 낭만적 화원이다. 그의 그림 첨문에는 양반을 비판하는 문구가 하나도 없다. 자기 그림에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을 담아낸 화가다.

- 작품을 통해 정말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뭔가

정조와 김홍도가 대변하는, 성리학이 말하는 옳고 그름이나 이성적 사고와 대비해 질서에 대한 회의로 인간 그 자체가 되고 싶었던 신윤복을 표현하고자 했다.

- 최근 신윤복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국가적 차원보다 개인의 삶이나 소박함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신윤복 그림이 말하는 개인으로 집중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어필하는 것 같다. 전체적인 문화의 트렌드로 보면 신윤복에 대한 관심 이전에 황진이를 비롯한 기생 얘기들이 나와 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잡았다. 기생 이야기를 그려낸 사람으로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동한 것 같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