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만들기와 자기 찾기인간은 행복을 위해 일상에서 상처를 풀어가려 애쓴다

영화는 개봉하면 달려가서 보고 싶은 작품과 기다렸다가 한가하면 극장을 찾고 싶은 영화로 나눌 수 있다. 달려가서 보고 싶은 영화는 감독의 역량과 입소문의 힘을 무기로 갖고 있으며 극장 방문을 주저시키는 영화는 신인감독과 스타의 부재와 서사의 상투성이 돋보이는 경우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는 네 명의 남자가 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를 잃게 했으며 스타의 부재도 선택을 주저하게 하였다. 다만 감독의 역량이라는 실오라기를 잡고 극장에 들어섰다.

영화는 일정한 성공과 예정된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행복한 순간 케이크를 찾는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케이크는 일 년 중 매일 구매하는 사람보다 계절마다 구매하거나 어쩌다 한 번 사러오는 사람이 더 많은 상품이다.

인간이 행복할 때 케이크를 찾는다는 말에 수긍하면 우리는 모두 일 년에 열 차례도 행복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인간은 늘 행복하지는 않지만 가끔이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며 누구나 상처와 장애가 있지만 견디면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 명사들이 동어반복한 어록이다.

이 사실을 <서양골동양제과점 앤티크>는 케익 속에 숨겨둔 알콜처럼 역설한다. 겉으로는 네 남자가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코미디이거나 마성의 게이 선우가 종업원을 초토화시키는 성적 편력기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상처를 견디고 벗어나는 성장 영화가 담겨 있다.

민규동 감독은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부터 두 가지를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하나는 복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며 다른 하나는 동성애 코드다. 동성애 코드는 한국 영화계에서 산업적 금기인 소재이지만 민규동 감독은 ‘인간 사회의 미성숙함과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장식으로 우회적이거나 직접적으로 채택해왔다.

니체는 기독교와 희랍 철학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세상의 개선을 위한 모든 도덕은 하나의 오해라고 단언했다. 그는 본능이 없이 본능에 적대되는 삶은 그 자체가 일종의 병, 하나의 병에 지나지 않았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모든 건강한 도덕은 삶의 본능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단언한다. <앤티크>는 니체적 본능과 다소 거리는 있지만 동성애와 케이크에 대한 타고난 미각과 행위의 단순함으로 실수를 반복하는, 본능에 충실한 캐릭터에 주파수를 맞추어 도덕보다는 영화적 재미에 방점을 찍은 대중영화다.

감독은 한 사람의 본능의 과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본능을 추적하였다. 복수의 캐릭터지만 일인 다역의 인물처럼 닮았다. 닮은 지점은 상처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미성숙한 남자다.

주인인 진혁(주지훈 분)은 여자 손님이 많다는 이유로 케이크 판매점 ‘앤티크’를 열었지만 유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선우(김재욱 분)는 여성에 대한 공포증이 있으며 기범(유아인 분)도 절대 미감을 타고 났지만 좌절한 복서이며 수영(최지호 분) 역시 단순 복종으로 일관된 하인형 인물이다. 네 명의 캐릭터는 서로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서사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스타 부재의 문제를 희극적 상황으로 넘어서는 데 일조한다.

브레히트는 카프카의 문학을 사로잡은 것은 조직에 대한 불안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카프카는 개미집과 같은 국가라는 조직체에 대한 불안과 인간이 공동체적 삶의 여러 조직 형태에서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가에 대한 해명에 전 생애를 바쳤다고 한다.

카프카의 주인공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많은 인간들이 벗어나기 어려운 문제의 답안을 작성하고 있었기에 문학적 깊이와 독자의 공감을 획득하였을 것이다.

민규동의 영화적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라는 것과 각자 운명처럼 부여받은 ‘상처’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들은 카프카가 보여준 조직에 대한 불안만큼 평범한 삶에 대한 동경과 과거의 상처로부터 해방을 소리내지 않고 외치고 있다.

감독은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굉장한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케이크 가게를 하고 케이크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파는 네 명의 남자이야기다.

하지만 앤티크라는 공간에는 사장과 종업원과 천재적인 파티시에와 마당쇠 형 제자로 계급적 위계가 있으며 각자 맡은 역이 다른 것처럼 각자 써온 개인사의 이력도 다르다. 그 이력은 내용이 서로 판이하게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은 상처다. 상처라는 이름으로 삶의 과정에서 받은 충격은 모두 다르다.

진혁은 유년시절 유괴된 공포 체험으로 지금도 밤에는 악몽을 꾸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가족과 주변 친구들에게 평범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그의 평범하고 잘 자랐다는 평가는 일종의 자기 연기일 뿐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케이크 가게에 가족들이 방문하자 지나치게 정상적이고 잘 운영됨을 과장하는 것처럼 그도 그의 생활을 가장한다.

선우는 학창시절 어머니와 정부의 정사장면을 목격한 상처와 이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노력에서 마성의 게이로 귀착된다. 미래의 파티시에를 꿈꾸는 기범 역시 전직 복서에서 원하지 않은 은퇴를 하게 된 좌절의 상처를 숨겨두고 있다.

손님들이 각자 적당한 분량의 상처와 고통을 부여받고 있지만 케이크를 구매하는 행복을 기다리며 견디는 것처럼 그들도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하면서 케이크를 만든다. 진혁은 범인 하얀수염과 마주치지만 이제는 과거의 족쇄에서 벗어나 현재와 미래의 땅으로 발을 내디딘다.

<앤티크>는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네 명의 남자 이야기는 맥거핀이다. 이 영화는 오히려 인간은 예외없이 행복의 순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과, 잃어버린 자신이라는 보물 찾기 게임에 참가한 초등학생의 운명에 처해있음을 귀띔해준다.



문학산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