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과 여균동 감독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제작 과정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조선시대의 건달 이야기’라는 아이디어는 곧 현대의 조폭과 술집 야사와 맞물리며 퓨전 사극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한양 최고의 기방 명월향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마포 한량 ‘천둥’(이정재 분)과 기생 ‘설지’(김옥빈 분)의 로맨스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설지에게 한눈에 반한 천둥은 얼떨결에 양주골 두목 ‘짝귀’(여균동 분)를 쓰러뜨리고, 그를 대신해 야봉파의 두목이자 설지를 흠모하는 ‘만득’(김석훈)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된다.

영화는 액션과 코미디, 멜로가 적절한 배합으로 섞여 있는 것도 얼마 전 방영된 퓨전 사극 드라마 <쾌도 홍길동>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전작들을 통해 재기발랄한 연출력을 보여왔던 여균동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 퓨전 사극과 차별점을 둔다.

눈을 끄는 것은 이정재, 김석훈 등 잘 생긴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다.

몇 차례 ‘망가지는’ 연기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잘생긴’ 배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한 이정재는 이번 영화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

김석훈의 변신은 이정재보다 더 파격적이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배경음악으로 등장하는 콤플렉스 덩어리 ‘만득’은 모범생 냄새가 강했던 김석훈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비치는 김옥빈의 현대적 매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