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의 대어(大魚)를 잡는법007 시리즈와 수퍼 히어로 시리즈를 종합한 액션영화

독립영화는 예술성과 사투하고 대중영화는 대중성과 몸싸움한다.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그 정점을 밟는 자는 극소수며 정점을 향해 오르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대다수다. 어느 하나 소홀할 수도 없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추기도 어렵다.

예술성이 약한 독립영화는 아마추어리즘의 폐해와 습작품의 생경함을 벗어나지 못하며 대중성이 미흡한 상업영화는 관객의 기대에 밑돌아 흥행 참패와 재정적 손실을 학습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대중영화는 최소한 재미는 있어야 한다는 룰은 재정 손실에 대한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해법이다.

장르영화도 익숙한 이야기를 요구하는 관객의 기대와 이를 충족시키는 영화적 호응에서 존립근거를 갖는다.

관객의 기대는 천차만별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표준안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선행 학습을 통해 합의안을 마련했다. 영화가 관객의 동의안에 부합할 때 흥행 성적은 치솟으며 관객의 기대를 저버릴 때 매표소 앞은 파리 날리게 된다.

관람의 즐거움은 영웅이 임무를 완수하는 서사적 완결성, 눈을 자극하는 폭력과 섹스, 착한 주인공이 승리하는 권선징악,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 스타의 명연기 등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생성된다. 할리우드 영화는 이 공식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프랑스의 감독 뤽 베송이 제작하고 각본을 쓴 <트랜스 포터-라스트미션>은 할리우드가 만들어놓은 흥행공식의 모범답안이다. 뤽 베송은 <그랑블루>를 통해 돌고래와 소통하고 바다로 떠나는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으로 강하게 각인된 감독이다. 심해에서 돌고래와 함께 바다로 떠난 주인공은 이상향으로 이주해가며 동시에 예술 영화의 마침표를 찍었다.

뤽 베송은 또 <니키타>의 여자 전사와 <레옹>의 냉혹한 킬러 캐릭터로 할리우드를 위협하거나 능가할 액션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예술영화 종주국인 프랑스의 대표 감독이라는 기득권을 버리고 평론가들이 부여한 ‘예술감독’의 칭호도 반납하고 흥행의 대어를 잡기위해 대중성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수많은 흥행 영화의 산파 역할을 해내면서 유럽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대항마로 부각된 감독이자 영화제작자의 위상을 굳혔다.

심지어 유럽영화의 자존심인 프랑스는 이에 화답하여 뤽 베송의 이름을 내건 영화 단지를 조성하기까지 했다.

이제 <그랑블루>의 뤽 베송은 대중성의 대어를 붙들고 흥행바다에 뛰어든 레옹이 되었다. 그는 이미 할리우드로 이주한 홍콩 감독들처럼 대작의 적응기를 수료하고 할리우드 영화와 쌍벽을 이루는 유럽형 블록버스터를 양산하고 있다.

홍콩의 오우삼이 몇 편의 할리우드 대작을 실험하고 나서 다시 중국 문화 콘텐츠를 토대로 <적벽대전>을 시리즈로 만든 것처럼 유럽이라는 공간과 할리우드의 거대 서사를 접목하여 유럽형 블록버스터 생산에 총지휘자로 뤽 베송이 거듭나고 있음은 <트랜스 포터-라스트 미션>을 통해 확인된다.

이 영화는 007시리즈와 수퍼 히어로 시리즈를 종합한 액션영화다. 제목이 ‘트랜스 포터’다. <트랜스 포터-라스트 미션>에서 주인공이 장관의 딸을 배달하는 일을 한다면 뤽 베송은 기존의 수퍼 히어로 이미지를 재가공하여 관객에게 새로운 영웅을 배달하고 있다.

불법 물건의 배달부가 직업인 마틴(제이슨 스타뎀)은 손목에 특수 제작된 시한 폭탄을 패용하고 물건을 운반한다. 그는 비밀스러운 여자 발렌티나(나탈리아 루다코바)와 동행한다.

마틴의 여행은 로드무비의 장르 문법을 따른다. 로브 무비가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떠나 여행을 통한 성숙이라는 고급스러운 목표를 지향한다면 이 영화는 물건을 운반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두 주인공이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에서 장애물 경주가 된다.

관객의 지루함은 대중영화의 최대의 적이다. <트랜스 포터-라스트 미션>은 지루함과 전쟁을 위해 시퀀스마다 보다 강도 높은 방식으로 주인공 마틴을 공격하는 방해자를 등장시킨다. 이는 게임에서 임무 수행을 위해 제1번 방을 통과하면 제2번 방에서 보다 강한 방해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과 동일하다.

마틴은 인간 병기답게 그들을 화려한 액션으로 제압하고 이를 지켜보는 발렌티나의 관심을 끌게 된다. 마틴은 방해자를 물리치고 목적지에 특별한 배달 물건, 발렌티나를 무사히 인도하는 과정에서 액션장면의 전시장이 된다.

압권은 화물 트럭 사이를 뚫고 수직으로 주행하는 아우디의 질주씬이다.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를 피하는 것으로 자동차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데 그쳤던 추격장면은 이미 재래식 자동차 추격씬으로 전락되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가 달리는 기차 위로 뛰어들고 질주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얼마나 위험한 스턴트 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가를 전시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액션씬의 진화과정 혹은 액션씬의 최대치를 보여주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액션과 섹스는 동전의 양면이다. 마틴은 자동차 키로 유혹하는 발렌티나의 요구에 의해, 냉혈한의 자신의 룰을 져버리고 한 번의 섹스장면에 참여한다. 폭력과 섹스의 양면,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긴박감, 자동차에서 10미터 이상 떨어지면 폭발하는 시한폭탄의 금기를 지키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수퍼 히어로의 진면목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은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고 악의 무리는 응징된다는 임무수행과 권선징악으로 마지막 시퀀스가 귀결된다. 엔딩 장면도 임무를 수행한 영웅에 대한 선물로 여성의 사랑을 받게 된다.

이 영화는 대중적 상표의 체인점 케이크를 선호하는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지만 수공업적 공정을 거친 제빵을 원하는 관객에게는 식상함의 인상을 남길 것 같다.



문학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