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가 연말 대결을 펼치던 몇 년 전은 가히 판타지의 시대라고 할 만했다. 한때 어린이 관객들만을 위한 장르처럼 여겨졌던 판타지는 성인 관객들까지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완결되고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점차 힘을 잃어가면서 판타지의 시대가 가는 듯했지만, 저력있는 원작을 기반으로 블록버스터 판타지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그 명맥을 이어왔다. <나니아 연대기>, <황금나침반> 등은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모으며 판타지의 저력을 보여줬다.

대작 판타지의 계보를 잇는 이 영화 역시 엘리자베스 굿지의 <작은 백마 The little white horse>를 원작으로 둔 작품. <작은 백마>는 출판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카네기 메달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작가가 될 결심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조앤 롤링의 유명세를 통해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최근 등장하고 있는 판타지물들의 선배격인 만큼, 판타지 세계의 원형 같은 이야기 구조를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이다. 마법이 현실이 되는 신비의 성 '문 에이커'를 배경으로, 예언 속에서 세상을 구할 유일한 희망으로 그려진 소녀 마리아의 모험과 이들을 쫓는 '블랙 맨'과의 대결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특수효과팀이 창조한 환상적인 영상과 <황금나침반>을 연상시키는 주인공 소녀(다코타 블루 리차드)의 모험까지 가히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몽타주라고 할 만하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