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따로 또 같이 3집 '내 님의 사랑은' 1985년 서라벌레코드 下포크 기반 다양한 음악적 실험A면은 나동민, B면은 이주원 곡으로 총 7곡 수록

이주원의 음악궤적에서 반듯이 언급해야 되는 포크록 그룹 ‘따로 또 같이’의 음악은 80년대 언더계열의 선두주자라 평가할 만 했다.

그들은 짙은 음악적 감성을 가득 담은 창작곡들로 당대 대중들과 소통한 음악집단이었다. 포크를 기반으로 했지만 장르를 구정하기 힘든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선보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인 1967년부터 미8군 록밴드의 멤버로 음악생활을 시작한 이주원의 보컬은 묵직한 남성보컬의 전형이다. 1976년 발표한 데뷔앨범 ‘외로움은’은 첫 음반이지만 10년간 갈고 닦은 음악내공을 담은 신인이랄 수 없는 신인의 음반이었다.

완벽하게 이주원의 창작곡들로 꾸며진 이 음반에는 양희은이 불러 히트시킨 ‘내 님의 사랑은’등 이주원이 직접 노래한 9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양희은과 혼성듀엣으로 노래한 ‘내 님의 사랑은’ 버전은 이 앨범이 귀하게 대접받아야 될 이유일 것이다.

이 앨범에 담긴 공식데뷔시절의 청년 이주원의 풋풋한 음색은 80년대 ‘따로또같이’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대중에겐 분명 색다른 감흥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그저 스탠더드 한 70년대식 포크앨범의 설익은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이주원은 1985년 발표한 ‘따로 또 같이’ 3집에서 비로소 음악적 정점에 도달했다. 전인권과 강인원이 팀을 나간 후 나동민과 듀오 체제로 완성해낸 이 앨범은 80년대 대중음악을 거론할 때 빠뜨릴 수 없는 포크 락의 명반이다. 비록 같은 해에 발표된 들국화의 1집만큼의 대중적 파급력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이 앨범이 발휘한 음악적 영향력은 나름 의미심장하다.

우선 기존의 ‘가요’와는 차별되는 당시로서는 세련되고 독자적인 음악어법은 탁월했다. 또한 보컬, 세션, 레퍼토리의 구성, 편곡 등 앨범제작에 필요한 여러 조건들이 절묘한 화학작용을 통해 통일성을 이뤄내며 지고지순한 완성도를 구현했다.

3집은 이주원, 나동민 듀오 체제로 제작된 앨범이다. 이영재, 이원재, 안기승, 김광민, 한충완 등이 세션으로 참여했고 코러스 파트로 장필순, 김선희의 여성듀엣 소리두울과 기존 멤버였던 강인원이 힘을 보탰다. 총 7곡이 수록된 이 앨범은 A면은 나동민 B면은 이주원의 곡으로 하나의 ‘따로또같이’를 이뤄냈다.

나동민의 ‘풀잎’도 뛰어난 노래이지만 이 앨범의 베스트 곡은 이주원의 ‘해는 기울어 어느 가슴으로 가나/가네’다. 아트록 성향의 7분이 넘는 대곡이다. 차분하게 시작되어 절규에 가까운 샤우팅의 연속으로 짜릿함을 안겨주는 곡 구성과 시적인 가사는 지금도 많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이주원 자신의 대표곡 ‘내 님의 사랑은’의 완성버전인 리메이크 버전과 ‘황량한 목소리’는 이 앨범이 왜 80년대를 대표할 명반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따로또같이’의 멤버들은 70년대와 차별된 80년대 포크음악의 정체성을 그려낸 뮤지션들이다. 대중성에 매진하기 보단 음악성에 몰입했던 이들의 음악적 태도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들국화 더불어 80년대의 라이브 공연 문화 활성화에 기여한 이들의 공로는 진정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당시 미완의 대기였던 전인권은 후에 들국화의 리드싱어로 거듭났고 나동민은 '노찾사'의 음악감독으로 시대를 대변하는 음악을 선보였다. 강인원은 우수에 찬 보컬로 80-90년대를 풍미하며 대중적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인기가수다. 그는 대학 실용음악과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7080음악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생전의 이주원은 "서로의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향기도 다른 상태에서 따로따로이지만 같이 어우러져 있을 때가 좋아 보이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0년대 이후 음악을 떠나 농부로 생을 마감한 그에게 있어 음악은 언제나 삶의 중앙에 자리한 그리운 대상이었다.

가난했지만 대중음악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던 그는 우리가 반듯이 기억해야 될 한국 포크음악의 큰 별이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