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명반·명곡] 오기택 '아빠의 청춘' 1966년 신세기 레코드자식 위해 희생한 아버지 심정 노래동명 영화 주제가로 빅히트… IMF 경제위기로 30년 만 다시 각광

누구나 부모님 이야기를 하다보면 눈가가 붉어지게 마련이다.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과 연민, 그리움, 그리고 다하지 못한 자식의 도리에 대한 후회 때문일 것이다. 힘겨운 오늘을 사는 아버지들의 수고는 아무리 감사함을 표해도 모자랄 것이다. 연인 같이 따뜻한 존재인 어머니와는 달리 과거 아버지의 이미지는 엄격함 그 자체였다.

항상 어렵고 무서운 존재였다. 그래서인가 대중가요에는 아버지 노래보다 어머니 노래가 압도적으로 많다. 실제로 그 시절 아버지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질 못했다.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휘청거렸던 IMF 때 죽을 대로 죽은 아버지들의 기를 살리기 위해 30년 만에 되살아난 노래가 있다.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이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모든 걸 다 바쳐 희생한 아버지들의 심정을 대변한 이 노래는 시대가 어려울수록 힘을 발휘하는 명곡이다.

권위주의적인 아버지들의 위상은 IMF 이후로 따뜻한 존재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시련을 거치면서 새로운 아버지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오기택은 선 굵은 매력적인 저음의 가수로 유명하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타향살이’로 유명한 고복수가 운영했던 동화예술학원에서 수학하던 중 공식데뷔의 기회를 스스로 획득한 가수다. 1961년 제 1회 KBS 주최 직장인 콩쿠르대회에 출전해 1등을 차지해 신세기 레코드의 전속가수가 되었던 것.

이후 한 달에 수십 곡을 취입하는 왕성한 활동으로 ‘영등포의 밤’등 무려 1000곡의 대중가요를 발표하며 60-70년대를 풍미했다.

그의 대표곡 ‘아빠의 청춘’은 1966년 7월 아세아 극장에서 개봉해 공식관객 10311명을 기록한 동명의 영화주제가다. 국민배우 김승호과 태현실이 주연한 이 영화는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재혼도 하지 않은 채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애환을 그렸다.

음반도 동반 대박이 터지자 영화 ‘눈물의 영도다리’ 재킷 음반을 밀어내고 영화 ‘아빠의 청춘’ 재킷 음반이 재 발매되었을 정도. 이미 당대의 인기가수였지만 오기택은 노래의 히트로 하루에 팬레터가 60통이나 밀려들어 답장을 대신 써주는 사람을 2명이나 고용하는 최정상의 가수로 등극했다.

그에게 1966년은 최고의 해였다. ‘아빠의 청춘’에 이어 ‘고향무정’, ‘충청도 아줌마’, ‘마도로스 박’이 연속적인 히트퍼레이드를 벌였기 때문. 그의 대표곡 ‘아빠의 청춘’은 세월을 넘어 지금의 젊은 세대 아버지들의 사랑까지 받고 있는 불멸의 명곡이다.

얼마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소재로 삼은 대중가요는 희귀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준 히트곡까지 따져 봐도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 그리고 정수라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아버지의 의자’, 최백호의 ‘애비’ 정도가 전부였다. 이는 늘 자애롭게 감싸주는 친구나 연인 같은 어머니와는 달리 강하고 엄격했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강한 이미지가 빚어낸 현상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이 흐름은 완벽하게 변했다. 아버지를 소재로 한 노래가 양산되고 있다. 래퍼 데프콘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줄 아는 ‘불쌍한 우리 아버지’에 대한 노래다. 2007년 최다판매량을 자랑했던 SG워너비의 4집에는 타이틀곡 ‘아리랑’에 가려진, 이버지의 헌신을 노래한 보석 같은 곡이 있다. ‘아버지 구두’다.

이처럼 제목이 ‘아버지’인 노래만도 100여곡이 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IMF 이후 아이들과 기꺼이 놀아주고 육아와 가사를 아내와 분담하는 친구처럼 푸근한 아버지들이 많아진 결과다.

아버지 세대라 할 수 있는 40대 중년가수들의 활동도 부쩍 늘었다. 백댄서 출신 5인조로 ‘40대 동방신기’로 불리는 댄스그룹 파파스와 40대가 리더인 6인조 발라드 록밴드 파이팅 대디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음악은 중년세대는 물론 10대, 20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브라보’를 외치던 1960년대 노래 ‘아빠의 청춘’에 비해 요즘 발표되는 아버지 노래들을 보면 아버지의 가족과 자식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