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명반·명곡] 'HE6와 함께 고고를!' 1집 1971년 그랜드레코드9분 15초 '인트로 닥숀 뮤직' 백미독특한 드럼 솔로 사운드 찾는 전 세계 DJ아티스트들의 '꿈의 음반'

대중음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청자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다. 어느 시대나 대중적 인기와 소통은 중요하다. 하지만 송라이팅, 연주. 편곡, 가창력 즉 음악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뮤지션의 기본 덕목일 것이다. 신중현과 한대수의 음악이 당대보다 현재에 더 빛을 발하는 이유는 선구적 창작능력과 음악실험에 있음은 거론자체가 새삼스러운 일이다.

한국 록의 태동기를 대표했던 김홍탁은 록의 대부 신중현과 자웅을 겨룰 만한 탁월한 뮤지션이다. 당대 대중적 인기나 기타 연주 능력으로는 오히려 신중현을 능가했던 그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왜소한 것은 시사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창작 작업이 하나의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70년대 최고의 인기밴드였던 히식스 시절 그가 발표한 창작 연주음반은 정당한 평가가 필요한 한국 록의 거룩한 유산이다.

60-70년대 서울의 다운타운에는 록과 포크의 멜로디가 넘실거렸던 ‘생음악 살롱’이 즐비했다. 지금의 홍대 앞이나 신촌의 클럽 풍경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히식스는 그 중심격인 명동 ‘오비스 캐빈’의 스타밴드였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오랜 관행은 연주보다 보컬에 비중을 두는 점이다. 하지만 그 시절 오랜 관행을 비웃는 이상기류가 불었던 적이 있다. 주류 미디어는 여전했지만 적어도 다운타운의 라이브 무대에서는 노래보다 즉흥 연주나 전위적인 퍼포먼스에 청년세대들이 열광했던 것.

국내 대중음악 음반 중 해외에서도 음악성을 인정받는 앨범은 극소수다. 신중현이 주도한 1975년 금지이전의 록 밴드음반들을 필두로 김정미의 , 마그마의 <1집>, 키브라더스의 <1집>, 산울림의 초기 음반들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걸작 연주앨범 한 장이 추가되어야 한다. 1971년 홍보용 시험판으로 500장 정도의 한정 본으로 제작되어 일반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이다. 이 앨범은 왜 김홍탁이란 기타리스트에게 ‘가왕’ 조용필조차 존경심을 표했는지를 증명하는 탁월한 연주가 담겨있다.

당시 히식스의 라이브 연주레퍼토리는 40여곡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8곡이 1, 2집에 나뉘어 수록되어 있다. 1집을 들어보면 잼 형식의 즉흥연주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곡구성이 치밀하다. 보컬이 들어간 트랙 없이 창작연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 1집의 백미는 9분 15초의 대곡 ‘인트로 닥숀뮤직’이다.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파워풀한 연주는 황홀한 정도다.

‘달리는 인간’ 또한 드럼브레이크가 표현된 싸이키델릭 연주로는 세계 TOP 10으로 평가받는 트랙이다. 블루스적 감성이 귀에 착착 감기는 하드록 ‘PERCUSION 테마’ 또한 탁월한 트랙이다. 그루브한 연주도 압권이지만 무엇보다 작렬하는 드럼 솔로 때문에 이 음반은 전 세계 유명 턴테이블리즘 DJ들의 수집 표적이 되고 있다.

은 독특한 드럼 솔로 사운드가 들어있는 앨범을 찾아 전 세계를 순례하는 DJ 아티스트들에게는 ‘꿈의 음반’으로 불린다. 미국의 DJ Shadow, Nu Mark, Cut Chemist 같은 세계 유명 턴테이블리즘 DJ들이 내한공연을 왔을 때 한국에 온 목적 중에 하나가 바로 히식스의 이 연주음반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국내에서 대중적 파급력을 지닌 음반들은 대부분 신중현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해외의 음반콜렉터들이나 미국, 유럽 쪽 DJ들 사이에서는 한국음악하면 첫 번째로 1집을 꼽는다고 한다. 독특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국내 DJ아티스트인 GK Huni'G의 정규앨범 Primitiveading의 수록곡 ‘챕터3’, ‘달리는 인류’에도 이 앨범에 보내는 오마주가 담겨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DJ들이 가장 가지고 싶은 음반이 세장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훵크 연주를 들려주는 ‘한국 소리의 INVADERS음반’으로 손꼽히는 유영의 "전자올겐과 봉고"와 1979년 발매된 "드럼솔로 고고 앤 디스코" 그리고 ‘HE6와 함께 고고를’ 1집이다. 그 셋 중 으뜸은 히식스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