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전환 시점서 고객 의사 명확히 묻지 않고 휴대전화로 과금 피해 속출공정위 시정 권고 대상외 더 있어… 관계사 둔 이통사 문제 키운다 지적도

1- 롤송(www.lolsong.co.kr) 홈페이지 첫 화면 2- 3355뮤직(www.3355music.com)첫 화면 3- 몽키3(www.monkey3.co.kr) 첫 화면
4- 뮤직소다(www.musicsoda.co.kr)첫 화면
회사원 A씨는 지난 6월 MP3 음원 사이트인 롤송(www.lolsong.com)이 제공한 무료 쿠폰을 길에서 받았다. 무료라는 말에 들뜬 A씨는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최신곡 음원을 MP3플레이어에 내려받았다. 그 후 A씨는 몇 달 동안 이 사이트를 잊고 지냈다.

자동결제청구 휴대전화 문자를 받고 다시 롤송 사이트를 방문한 것은 이달 초. A씨는 자신의 사용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7월에 3900원, 8·9월에는 각각 5000원씩 총 1만 3900원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전화 부가서비스 이용료를 통해 자동결제 돼있었던 것.

A씨는 롤송에 전화를 걸었지만 비슷한 사연의 고객들이 많아서인지 자동응답기의 대기 안내 소리만 듣다 전화를 끊어야 했다.

A씨는 "공짜 쿠폰을 줘서 썼던 것이지 유료로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모르는 새 돈이 새나가고 있어 황당했다"며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돈을 빼가도 되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무료 체험 쿠폰을 뿌려 체험 기간이 지난 뒤 유료회원 전환 시점에 고객 의사를 명확히 묻지도 않고 휴대전화 번호로 과금하는 온라인 음원 업체의 빗나간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5- A씨의 롤송(www.lolsong.co.kr) 과금내역. 무료 체험 가입 기간 이후 자신도 모르는 새 유료회원으로 전환돼 매달 일정액이 휴대폰 부가서비스 요금에서 빠져 나갔다. 6- 소비자원 상담마당 사이트에 한 이용자가 음원 업체 무료 체험에 가입했다 입은 피해를 신고한 내용
본지 취재 결과 지난달 2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뒤늦은 시정권고를 받은 6개 온라인 음원 업체 외에도 적지 않은 업체가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소비자원·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데 그쳐 이용자의 원성만 높아가고 있다.

이들 음원 업체 일부를 관계사로 두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 부가서비스 이용내역에 세부항목을 표기하지 않는 것 역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모르는 새 매달 과금, 대표전화는 항상 통화 중?

공정위의 일부 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이용자가 음원업체 무료체험에 가입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유료로 전환돼 돋을 뜯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롤송 외에도 몽키3(www.monkey3.co.kr), 뮤직소다 (www.musicsoda.co.kr), 3355뮤직(www.3355music.com) 등의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무료회원으로 가입한 고객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소비자원 인터넷 사이트 상담마당에 '몽키3 소액결재'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한 음원 업체 고객은 "무료회원 가입 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사이트의 요금이 본인도 모르게 다달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라며"6월부터 10월까지 매달 7700원"이라고 피해액까지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고객이 유료회원 전환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해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주로 대표전화가 불통이어서 탈퇴 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3일 한 포털 사이트에 "3355뮤직 해지 관련"이란 글을 올린 한 이용자에 따르면 www.3355music.com에 무료 체험 일주일 가입을 했다 당일 해지를 하려했으나 이 음원 업체 운영사인 퍼플스타 대표번호로는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 고객은 겨우 통화를 했으나 가입 6일째부터 해지가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단 하루의 취소 가능 기간을 놓친 이 고객은 후에 결제취소 신청을 하려고 전화를 했으나 다시 불통이었다. www.3355music.com에 글을 올리니 전화를 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퍼플스타 관련 피해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도 모르게 유료회원 전환에 동의했다?

해당 업체들의 해명을 듣기 위해 6일 롤송의 홍보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답을 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나머지 업체들 역시 대표전화는 장시간 불통이었다.

이들 업체가 제공한 쿠폰에는 대부분 무료체험 기간 이후에는 자동으로 유료회원으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명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의 회원가입 동의서에 깨알 같은 글씨로 유료 전환을 표기해 면피를 시도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자신의 유료회원 전환 동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4일 소비자원 사이트의 상담마당 코너에 글을 올린 장권 씨는 "뮤직소다 무료이벤트 7일 행사에 가입했다가 별도의 동의 없이 4개월 동안 유료로 강제 전환되어 도합 20,000원의 피해를 보았습니다"라며 "문자로 자동결제청구가 온 걸 보고 기가 막혔다"고 썼다.

그러나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무료 회원가입 시에 유료 전환에 동의 표시를 했다고 해서, 실제 전환 시기에 명확한 의사 확인 없이 유료회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합법은 아니다.

정원일 변호사는 "약관 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전에 약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사업자의 의무 사항"이라며 "자동유료조항은 가입 전에 미리 설명하거나 눈에 띄도록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해당내용의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지난달 27일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KT뮤직(도시락), 엘지텔레콤(뮤직온), 소리바다 등 6개 음원 업체에 이용약관 시정을 권고하면서 "통상 샘플 마케팅으로 인식되는 무료체험 이벤트의 참여고객을 유료회원으로 전환하려면 전환 시점에서 고객의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도 감독 소홀한 당국, 이통사 부가서비스 이용 내역 상세 고지해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관계 당국은 법적 제재나 지도 감독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제재 수준이다. 대상 역시 일부 업체에 그쳤으며 문제가 불거질 대로 불거진 이후다. 소비자원도 피해 신고를 받고 있지만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 두고 있으며 법적 강제력이 있는 제재 권한이 없다.

업체 처벌이 가능한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방통위도 이동통신사 등 전기통신사업자와 관련이 있는 음원 업체가 아닌 경우에는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위반을 관리하기 위한 결제중재센터를 두고 있지만 센터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로 늦어도 한참 늦은 감이 있다.

일반사업자의 불공정 약관에 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공정위에는 처벌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법적 근거가 있는 방통위에는 제한 규정이 있는 셈이다.

한편,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 역시 높다. 유료회원 전환 시점에 고객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휴대전화 요금 과금시에 부가서비스 이용료 세부 내용을 명기한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동통신사는 모두 음원 업체를 관계사로 두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은 "음원 무료 체험은 확실한 고지 없는 유료 전환으로 소비자 피해만 증가시킨다"라며 "처벌 규정 강화는 물론, 이통사들이 무선데이터 요금 등의 부가서비스 세부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