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시나위 1집 HEAVY METAL SINAWEE 1986년 서라벌레코드'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 보석같은 곡 즐비… 4차례 재 발매도

한국 대중음악의 부흥기였던 1980년대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공존했고 시끄러운 헤비메탈 사운드로 소란스러웠던 시기다. 대중은 취향에 맞는 노래를 마음껏 선택해 들을 수 있는 풍성함이 있었고, 뮤지션들은 굳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 하지 않아도 앨범과 공연만으로도 대중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장르적으로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던 격변기에 제격이었다. 가슴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토해내듯 시원하고 소란스러웠던 록밴드들의 샤우팅과 연주는 당대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캠퍼스 밴드들이 닦아 놓은 토양이 기름졌던 그 시절, 수를 헤아리기 힘든 아마추어 밴드들의 등장은 자연스런 흐름이었고 그 열기는 캠퍼스를 넘어 중고등학교의 스쿨밴드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록밴드는 어떤 팀일까? 이 부문에선 최초의 록 밴드 논쟁처럼 '무당'이다 '마그마'다 '시나위'다 각기 다른 주장들이 난무한다. 가장 먼저 헤비메탈 사운드를 들려준 선구적인 록밴드는 해외동포들로 구성되었던 '무당'임에 분명하다. 분명 그들은 무대 위에서 가장 먼저 헤비메탈 사운드를 들려준 선구적인 밴드였다. 하지만 공연과는 달리 가요 느낌이 나는 말랑말랑하게 구성된 앨범은 논란을 야기시켰다.

보아, 동방신기를 발굴해 국제적인 가수로 성장시킨 SM회장 이수만도 1980년에 '이수만과 365일'이라는 하드록밴드를 통해 '난 알고 있어요'라는 소란스런 사운드를 실험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해외동포 이무송 형제가 주축을 이뤘던 '어금니와 송곳니'라는 밴드도 있었다. 이처럼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앨범 전체가 완벽한 헤비메탈 트랙으로 장식된 시나위의 1집 'HEAVY METAL SINAWEE'는 분명 헤비메탈의 대중화에 불을 지피며 새 시대를 연 상징성이 있다.

80년대 한국 헤비메탈의 메카를 이야기하자면 서울 종로의 파고다극장은 반드시 언급해야 할 공간이다. 그 곳을 주름잡았던 밴드들 중심에는 시나위가 있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지금도 이끌고 있는 시나위는 백두산, 부활, 카리스마 등과 함께 헤비메탈 전성시대를 진두에서 견인한 록밴드다.

시나위 1집 재킷을 보면 'HEAVY METAL'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헤비메탈'을 정식으로 표기한 최초의 음반임을 증명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하지만 시나위의 1집에 국내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이라는 인증서를 발급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격적인 헤비메탈 전성시대를 불러온 선구적 앨범이라 평한다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총 8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열악한 제작환경에서 탄생되어 녹음상태는 열악하지만 보석 같은 명곡들이 즐비하다. 리드보컬 임재범이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3일 만에 녹음을 끝냈다지만 지금도 대중적 사랑을 받는 록발라드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와 6분이 넘는 대곡 '잃어버린 환상', 임재범의 샤우팅이 압권인 '남사당패', 그리고 한국 헤비메탈의 기념비적인 트랙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진정 한국 헤비메탈 역사에 기록될 명곡들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앨범은 4번에 걸쳐 재발매되었고, 특히 초반은 '크게 라디오를 켜고', '남사당패', '젊음의 록큰롤' 등 3곡의 보컬이 임재범이 아닌 초창기 보컬 이병문이 불렀다. 그러니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버전은 임재범이 재녹음한 것이란 사실이다. 매우 희귀해 들어보지 못한 이병문 버전은 거칠지만 더욱 하드한 사운드로 전해진다.

시나위를 거쳐 간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없다. 리더 신대철을 비롯해 임재범, 김종서, 그리고 문화대통령으로 평가받았던 서태지는 모두 시나위 패밀리다. 또한 H2O의 핵심멤버로 활약했던 강기영이나 김민기, 김바다, 정한종, 손성훈, 정한종, 김영진, 오경환 등 시나위 출신 뮤지션들은 이 밴드가 한국 록 음악의 소중한 자양분을 인큐베이션해온 록의 산실임을 확인시켜 준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