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 효과 흥행보증수표 인식, 올 6개 편성 예정

'추노'
#1 <동이>는 방송도 되기 전부터 일본의 음원 업체와 OST에 대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금>의 주제곡 '오나라'가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와 유럽 등 80여 개국에 수출돼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오나라'의 수익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2 <추노>는 방송 전 일본과 태국에 고가로 선판매됐다. 최근 2년간 일본에 선판매된 드라마 금액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2008년 <바람의 나라>가 편당 10만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KBS 역대 드라마 중 최고가를 찍었다. <추노>가 이에 맞먹는 금액으로 수출됐으니 적어도 2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된다.

#3 경주시는 지난해 <선덕여왕>의 인기와 더불어 약 83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2008년 약 810만 명에 비해 2%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경주시에서는 최근 <명가>까지 촬영되면서 관광객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경인년은 그야말로 사극 풍년이다. 올 1월에만 <추노>, <명가>, <제중원>이 전파를 타고 있으며 앞으로 <동이>, <거상 김만덕>,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가제) 등도 줄줄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 사극은 지난해 시청률 40%대를 넘나들며 해외에 수출된 <선덕여왕> 이후 지대한 관심 속에 제작되고 있다. 왜 사극 바람이 방송가를 휩쓴 것일까?

사극 열풍 이유 있다

'제중원'
올해 알려진 것만 6편의 사극이 지상파 방송에 편성됐다. 1년 내내 안방극장에서 사극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 <선덕여왕>이 7개월 동안 30% 후반의 시청률을 보이면서 방송가에서는 '사극은 흥행보증수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드라마 제작사 (주)와이쥬크리에이티브의 윤주 대표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적절하게 혼합된 사극은 예전부터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 장르이다. <조선왕조500년>부터 <태조왕건> <해신> <대장금> <허준> <주몽> 등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야기 소재도 다양하다. 올해 더 풍년인 이유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듯싶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선덕여왕>을 비롯해 <천추태후>, <자명고> 등이 전파를 탔다. <자명고>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천추태후>와 <선덕여왕>이 선전하면서 사극이 강세임을 증명했다. 지난해가 여성을 앞세운 사극이 열풍이었다면, 올해는 노비, 천민, 기녀출신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추노>는 노비를 쫓는 추노꾼들의 일상을, <제중원>은 백정 출신의 조선 최초 외과의사를, <동이>는 천민 출신으로 왕의 후궁이 되는 과정을, <거상 김만덕>은 제주도 기녀에서 여성 CEO가 된 삶을 조명한다.

박노현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선덕여왕>의 경우 사극으로서 가치 있는 드라마로 손꼽을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끌려가지 않고, 시청자들을 끌고 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현재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주요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극들이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통사극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해외에 수출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중국은 최근 우리 사극의 수입에 있어서 심의 과정을 둘 정도로 제약을 두고 있다. <대장금>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왕조를 중심으로 한 정통사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중심이 아닌,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구조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명가'
KBS미디어 해외사업부 이효영 부장은 "<추노>는 첫 번째로 사극 소재를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번째로는 제작기법과 환경, 그리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선전이었다. <추노>는 방송 4회 만에 30%대의 시청률을 넘어 유리한 고지에서 해외 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넘어 한류로

일본에서는 최근 우리나라의 현대극보다 사극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 4월 방송 예정인 이병훈 PD의 <동이>에 대한 기대감도 상상을 넘는 실정이다. <대장금>의 '오나라'에 이은 <동이>의 주제곡이 먼저 관심을 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MBC측은 이를 두고 "<대장금>, <허준>, <서동요>, <이산> 등 사극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바로 '이병훈 표' 드라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병훈 PD는 <대장금>으로 한식, <허준>으로 의술, <이산>으로 회화를 다루는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면서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대장금>은 80여 개국에, <이산>은 20여 개국에 수출되며 '이병훈 브랜드'를 알리기도 했다. 이병훈 PD는 <동이>에서 한국 전통 음악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대장금>을 보고 감동했던 여러 나라들에서 <동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추노>도 일본에 고가에 판매되면서 한층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도 조만간 수출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효영 부장은 "<바람의 나라>와 <추노>가 더 관심을 받은 것은 배우들의 몫도 크다. <바람의 나라>의 송일국, <추노>의 장혁과 오지호 등은 이미 일본에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다"고 말했다.

'대장금'
한류스타들이 사극에 대거 출연하면서 그만큼 더 관심이 고조되는 현상은 당연하다. <동이>에는 <대장금>의 지진희가 출연하며, <제중원>도 연정훈과 한혜진 등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명가>도 차인표가 주인공으로 나섰고, <거상 김만덕>에는 <명성왕후>의 이미연이 대기 중이다.

올 하반기에 방영 예정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의 홍보사 (주)Y&S 커뮤니케이션 노윤애 대표는 "한류스타는 해외 팬들에게 생소하지 않다는 강점도 있다. 제작사측은 극중 네 명의 젊은 남자배우와 한 명의 여자배우 중 한류스타 캐스팅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해외에 충분히 어필할 만한 소재인 만큼 배우들의 선택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