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읽고, 파격적, 실험 지속, 타킷 시청자 층 공략

케이블 방송에서 4%, 5%대의 시청률을 보이는 건 '초대박'이라는 표현을 쓴다. "남자, 여자 몰라요. 여자도 남자 몰라요."를 연신 내뱉던 케이블 채널 tvN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이하 롤러코스터)는 최고 4%의 시청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 5%가 넘는 시청률을 보였던 Mnet <>도 빼놓을 수 없다. 왜 이들 프로그램은 '초대박'을 맛본 것일까. 케이블 방송이 진화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3T'를 살펴봤다

Try-끊임없이

케이블 방송에는 개편이 없다. 지상파 방송은 봄과 가을에 개편을 실시해 분위기를 환기한다. 케이블은 1년 내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케이블 방송 온미디어의 경우 1년에 만들어지는 프로그램만 40~50여 편이다. 이중 스토리온이나 온스타일, 온게임 등 각 채널은 10~15편의 프로그램들이 제작된다. 지상파 방송에서 10편 미만의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현실과는 차원이 다르다. 케이블은 지상파 방송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10~15편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끊임없는 기획과 아이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제작 공식이 수반되는 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러코스터>와 <>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상파나 케이블에서 단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롤로코스터>적 예능의 접근은 파격 그 자체였다. '남녀탐구생활'은 배우들의 연기에 '무미건조'한 성우의 설명을 입힌 포맷으로 시청률 4%를 넘는 쾌거도 일궈냈다. OCN <조선추리활극 정약용>도 새로운 시도로 1% 이상의 시청률을 이어갔다.

<>도 마찬가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의 선전은 대단했다. 마지막 방송이 8%를 넘은 건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쉼없는 노력 때문이다. 오디션 참가자들의 생생한 리얼 스토리와 함께 시청자 투표 등을 마련해 '쌍방 소통'을 유도했다. 모험적인 시도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N 롤러코스터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는 케이블의 진화를 "케이블 방송의 제작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먼저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이 거대 기업인 CJ그룹에 속해 있어 제작 지원 부분이 윤택해졌다는 것.

강명석씨는 "최근에는 케이블의 환경이 좋아져 지상파 방송과 같은 스타급 연예인들의 출연도 빈번해졌다. 환경이 좋아진 만큼 더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프로그램들이 생산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Trend-민감하게

케이블 방송만큼 트렌드에 민감한 매체도 없다. 한 채널당 10편 이상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가,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다음'을 외친다.

강명석씨는 "케이블 방송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에 예민한 곳도 없을 것이다. 포괄적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안고 가야 하는 지상파 방송과는 달리 젊은 층, 특정 계층에게도 어필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이 제작되고 있다. tvN <80일 만에 서울대가기>는 자극적인 문구와 소재로 시의성까지 확보했다. 케이블의 장점이자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현 트렌드를 정확하게 집어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 K
그렇다면 시즌제를 도입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경우는 어떤가. 트렌드에 민감한 케이블 방송이 시즌제로 이어간다는 건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즌제 프로그램은 고정 시청자들을 잡고 간다는 장점이 있다.

온미디어 기획홍보팀의 안애미 차장은 "시즌제 방송일수록 더 트렌디하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 전의 것을 따라간다면 시청자들은 바로 외면하고 만다. 젊은 시청층을 잡고 간다는 건 신선함과 유행을 따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6>, 스토리온 <다이어트 워 시즌4>와 <토크&시티 시즌4> 등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도 트렌드에 민감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케이블 방송이 젊은 층의 빠르고 자유분방한 사고의 전환을 확보하는 게 프로그램의 생명 연장의 지름길인 셈이다. 시즌제라는 단어 자체가 지루하지 않은 '단기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지상파가 케이블의 예능을 패러디하며 트렌드를 쫓기도 한다. MBC <무한도전>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패러디하거나,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가 <>를 패러디하는 양상을 낳았다. 소위 '역전 현상'을 보인 셈이다. 지상파도 어쩔 수 없이 유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흥미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Target-명확하게

tvN 막돼먹은 영애씨
배우 오연수, 오윤아, 이윤미, 한지혜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있다. 한지혜를 제외한 오연수, 오윤아, 이윤미는 결혼한 여자다. 이들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30대 여성을 위한 라이프스토리' 채널인 스토리온의 CF촬영을 위해서다.

스토리온의 이충효 사업부장은 "스토리온은 메인 시청자가 3045 여성들이다. 네 명의 여자 배우들이 타깃 시청자들과 교감하며 스토리온의 이미지를 상승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온미디어는 '여성 라이프스타일' 채널이라는 슬로건 아래 20대 미혼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온스타일과 30대 결혼한 여성들을 위한 스토리온으로 채널을 꾸몄다. 그 결과 지난해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1>과 스토리온 <토크&시티 3>가 평균 2%의 꾸준한 시청률로 선전했다. 시청 타깃을 명확하게 잡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정립했던 게 적중했다. 바꿔 말하면 고정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의 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충성도'를 보였다는 방증이다.

안애미 차장은 "케이블에서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리얼 다큐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2%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는 건 힘든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시청층을 정확하게 파악해 공략한 게 주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1>이 20대 여성들의 입맛에 맞게 패션의 트렌디하고 세련된 멋을 가미했다면, <토크&시티>는 30대 주부들이 패션에 갖는 현실성과 실용성을 담아냈다. 두 프로그램의 성공은 이달부터 각각 새로운 시즌이 전파를 타는 원동력이 됐다.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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