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윤정희)는 어느 소도시의 낡은 아파트에서 중학생 손자 욱이(최다윗)와 살고 있다.

할머니지만 한껏 멋을 부리고 다니고 문학 소녀 같은 감성을 간직한 여인이다. 어느날 동네 문화원에서 열린 시 강좌는 미자의 일상을 바꾸어 놓는다.

아파트 앞 나무, 길에 떨어진 살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며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미자. 하지만 손자가 다니는 학교의 여학생이 자살한 사건은 미자의 삶에 예기치 않게 영향을 미친다.

영화는 몇 년 전 어느 소도시에서 일어난 십대들의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서 출발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사건을 오래도록 생각하다가 마침내 <시>라는 제목을 떠올렸다. 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한 TV 화면에서였다. 영화는 잔인한 사건과 서정시 같은 정서 사이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박우진 기자 panora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