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진출… 국제적 스타 가능성 확인[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원더걸스 1집 'TELL ME' (2007년 JYP 엔터테인먼트) 下3년 만에 신보 발표 국내무대 복귀… 2% 부족 음악성 채울지 관심

원더걸스는 인터넷 시대가 배출한 최고의 아이돌 스타다. 이들의 뮤직비디오와 재킷 이미지는 개인 블로그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

또한 '텔 미' 사운드에 맞춰 재편집된 영상물이 이들의 열풍을 부채질했다. 특히 박진영이 원더걸스에 안무를 가르치는 동영상은 뮤직비디오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 결과 원더걸스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07년 10대 히트상품에 당당히 선정되며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전쟁과 불황기에는 언제나 영웅이 탄생하는 법. 그녀들의 발랄한 안무와 따라 부르기 쉬운 단순한 음악은 극심한 불황으로 삶이 고단한 대중에게 위로의 소임을 다했다.

당시 10대를 넘어 50대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했던 수용층은 원더걸스의 막강한 대중적 파급력을 증명한다. 실제로 그녀들의 '텔 미' 영상을 보며 '고단한 회사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직장인들이 상당했다.

이처럼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희망 천사 원더걸스는 2007년 말 모든 대선 후보들의 러브콜 1순위가수가 되었다. '텔 미'를 선거 로고송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이후 원더걸스는 깨끗한 정치문화 발전을 위한 정치후원금 기탁식에 일일홍보대사로 국회에 초청되면서 국민여동생의 지위를 획득했다.

요즘은 일본의 오리콘 차트나 필리핀의 인콰이어리, 대만 차트 등에서 한국 가수들의 이름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텔 미'로 이 땅을 중독시킨 원더걸스는 당시 태국 MTV차트에서 세계적인 가수인 브리트니 스피어스, 알리샤 키스 등을 제치고 이례적으로 1위로 등극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으로 진출해 아시아 가수로는 30년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해외 성과 부분은 다소 부풀려진 기획사의 언론플레이가 어느정도 작용했지만 적어도 세계 대중음악의 중심 미국에서 우리 가수들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요즘은 춤과 패션이 각광받는 시대이지만 '가수는 가창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거부할 수 없는 명제다. 원더걸스는 '텔 미'를 처음 들고 나왔을 때부터 라이브에서 소위 '삑사리'를 내는 실수로 걸 그룹의 음악성에 의문표를 던지는 음악적 결함을 노출했다.

실제로 전국을 강타한 열풍에도 불구하고 그해 최고의 인기가요였던 '텔 미'가 수록된 원더걸스의 1집 앨범 판매량은 고작 4만7,927장에 불과했다. 사상 최대의 음반시장 불황에 따른 결과이기도 했지만 최고 가수의 음반판매량으로는 충격적인 수치였기에 대중음악시장 전체에 대한 우려감이 극에 달했었다. 하지만 '텔 미' 이후에도 원더걸스는 'SO HOT', ''NOBODY' 등의 연타석 히트 퍼레이드로 국내 걸 그룹 여왕으로 등극했다.

최근 원더걸스는 3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며 국내무대로 돌아왔다. 컴백을 앞두고 미국의 영어가정교사가 제기한 부당대우 의혹설로 호된 구설수를 겪기도 했다. 폭로 내용 중 지난 2008년 발매된 원더걸스의 싱글 '노바디'에 대해 "그 음반이 빌보드 차트 76위에 올랐던 것은 "옷을 파는 소매점에서 거의 바겐세일 가격인 1달러로 팔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은 사실 여부를 떠나 충격적이었다. 중요한 점은 2007년 '텔 미' 열풍으로 대중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원더걸스의 컴백이 지저분한 구설수로 좌절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우리 대중가요계에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논란을 종식시킬 해결책은 신보의 음악적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80년대 레트로 풍의 패션과 안무에 포커스를 맞춰진 전략과 기존 히트곡의 영어 버전이 대거 포함된 신보의 내용으로 미뤄 음악적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비단 원더걸스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들의 속일 수 없는 아킬레스건은 음악 퀄리티가 아니던가. 미국시장에서 약간의 가능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앞으로 원더걸스가 국내외적으로 긴 생명력을 획득하기 위해선 패션, 춤 같은 외형적인 요소의 진보에다 감동이 있는 음악을 전해주는 진보된 뮤지션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