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olver', 'Super Monkey' 방송금지[우리시대의 명반·명곡] 폰부스 2집 'by me for me of me' (2010년 트리퍼사운드) 下자신감과 열정,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음악에 담기 시작

최근 인디뮤지션들이 발표하는 음반은 가내수공업 공법 제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열악한 홈레코딩에 일일이 손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이 방식은 장기하의 등장 이후 대중적 관심을 증폭시키긴 했다. 하지만 정식 스튜디오 녹음에 비해 사운드의 질에서 아쉬운 점이 많은 사실은 감출 수 없는 한계다.

그런 점에서 폰부스의 2집은 차별적이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정식 스튜디오에서 한 곡 한 곡 여러 번에 걸쳐 다양하게 녹음을 시도해 완성되었기 때문. 전 곡의 리듬트랙이 동시 연주로 시도된 'One Take Recoding 방식'이란 점도 흥미롭다.

이 방식은 연주 실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도이고 곡의 생동감을 끌어내는 장점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녹음방식이다. 사실 한국의 밴드음반은 라이브의 감동이 음반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폰부스 2집은 이정표적 앨범이다.

'The Who', 'Muse'등 세계적인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을 작업한 영국의 엔지니어 Mazen Murad가 마스터링에 참여해 수준급의 퀄리티를 담보했기 때문. 또한 윈디시티, 커먼 그라운드, 네스티요나, 얼스, 한음파, 황보령, 제 8극장 등 다양한 밴드 멤버들의 피쳐링 참여로 스케일 큰 사운드를 구현했다.

2집은 녹음에 얽힌 재미난 사연이 있다. 록밴드 국카스텐과 검정치마처럼 폰부스도 신곡 4곡을 저장한 하드디스크가 몽땅 날리는 해프닝을 경험했다. 또한 믹싱작업 때 갑자기 컴퓨터에서 전혀 모르는 여자 노래가 들려 소름이 돋기도 했다. 새벽3시 분위기가 싸늘한 지하 사무실. 마지막 믹싱 파일을 점검할 때 귀신이 나온 것 같아 얼어붙었지만 박현빈의 노래까지 나오자 누군가 자신들의 컴퓨터에 해킹을 하고 있음을 안 황당한 사건이었다.

사실 폰부스의 노래들은 젊은 열정을 표현한 음악이기에 위험 수위의 가사 내용이 많다. 이들의 1집은 금지곡이 없는 착한(?) 앨범이지만 뮤직비디오는 차의 선루프에 목을 내놓고 가는 장면과 광화문 안전지역에서 연주하는 장면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금지된 경험이 있다.

월드스타 비도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위에서 춤을 춘다는 이유로 금지된 적이 있고, 이효리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금지된 적이 있다. 사실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실생활에 적용시켜 판단하는 것은 넌센스다. 폰부스 멤버들은 이에 대해 "말이 안 된다. 꼰대들의 곤조라 할까 슬픈 일이다. 왜 아직도 심의를 걱정하며 음악을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집은 두 곡이 방송금지가 되었다.

이 앨범 최고의 명곡은 4번 트랙 'Revolver'다. 모든 방송사들로부터 '19금' 주홍글씨를 선사받았기에 방송에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노래다. 창작자인 레이저는 이에 대해 "록큰롤 밴드가 금지곡 한 곡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훈장을 단 표정이다. 결투를 앞두고 긴장감을 더하는 인상적인 인트로는 물론이고 시종 애절한 멜로디로 감동을 주는 이 노래는 한국 록 음악사에 기록될 만한 명곡의 향기를 뿜어낸다. 이외에도 비판적 메시지가 담은 'Super Monkey'도 금지된 트랙이다.

총 10곡이 수록된 2집의 타이틀곡은 서정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별빛에 젖어'다. 방황하는 자신에 대한 내적 외침의 정서가 가득한 가사는 '19금' 판정의 유력 후보였지만 다행히 무사통과했다. 에로틱한 상상을 안겨주는 가사가 인상적인 '1,2,3,4,5,6,7'등 근사한 트랙들이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자의 오감을 쥐락펴락하는 2집은 가사가 과격해졌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불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전작과는 달리 록큰롤을 넘어 음악적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진보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작년에 공중파방송 '유희열의 스케치 북'에 나갔을 때 폰부스는 네이버 검색어 실시간 1위에 등극한 적이 있다. 삶의 즐거움과 여유를 추구하는 이들은 자신의 음악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갈망한다. 자신감과 에너지 넘치는 열정에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음악에 담기 시작한 폰부스의 음악적 행보가 기대된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