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크로스 리메이크' <황진이>, <식객>, <친구>등 TV·스크린 아쉬움 채우고 변신한 모습으로 어필

영화 '황진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 서로의 영역에 크로스오버됐다.

영화는 드라마로 재탄생해 세부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고, 드라마는 스크린으로 옮겨져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함축해 놓았다. 이렇듯 두 영역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관객에게 "변신한 모습을 평가해 달라"는 듯 어필하고 있다.

이유있는 '크로스 리메이크'

할리우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와 가 6월 10일 연이어 개봉해 눈길을 끌었다. 두 영화는 모두 TV시리즈로 제작돼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 TV를 통해 처음 공개된 이후 시즌6까지 방영되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캐리 열풍'을 만들었다.

캐리가 마셨던 '코스모폴리탄'과 그가 즐겨 신던 '마놀로 블라닉' 등은 국내에서도 유행하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2008년 첫 영화로 만들어져 TV시리즈가 끝난 후 캐리를 기다리던 여성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영화 '7급 공무원'
그 두 번째 이야기까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관객들은 TV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리의 결혼생활을 스크린을 통해 보게 됐다. 영화가 TV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넘어와 <섹스 앤 더 시티>의 완결판으로 사용된 셈이다.

또한 도 1980년대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TV시리즈물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한니발, 멋쟁이, B.A., 머독 등 이름만 들어도 잔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인공들은 영화로 20여 년 만에 부활했다.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진 블록버스터급으로 변신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은 TV시리즈를 영화화하는 작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하며 히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미 영화 <미션 임파서블>, <미녀 삼총사>, <헐크>, 등은 좁은 TV를 벗어나 영화로서 성공한 대작들이다. 할리우드는 조만간 <600만불의 사나이>와 <원더우먼>, <맥가이버> 등을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도 TV드라마인 KBS <황진이>나 SBS <바람의 화원> 등이 영화 <황진이>와 <미인도> 등으로 재해석돼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TV드라마의 영화화보다는 영화를 드라마화하는 작업이 더 두드러졌다. 이미 영화 <식객>, <타짜>, <못말리는 결혼>, <친구> 등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대중에게 소개됐다.

영화를 통해 담지 못했던 찰나의 순간이 드라마로 그 무대를 옮겨 화려하게 빛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은 올해도 이어진다. 홍콩영화 <첨밀밀>이 한류스타 박용하를 중심으로 국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첨밀밀>은 1996년 장만옥과 여명이 열연한 멜로 영화다.

드라마 '황진이'
새롭게 제작되는 드라마 <첨밀밀>도 전작의 멜로 전선을 그대로 이어간다. 다만 중국, 홍콩, 미국(뉴욕)이 배경이었던 설정을 한국, 중국, 일본으로 바뀌어 촬영된다. 영화 <7급 공무원>, <과속스캔들>도 드라마화돼 안방극장에 또 한번 도전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크로스 리메이크'가 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TV시리즈가 영화화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명세 때문일 것이다. 흥행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영화 시장에서 인기 TV시리즈의 명성은 영화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리메이크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성공한 작품은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을 통해 관객들의 기대심리를 높일 수도 있다.

반대로 국내에선 영화의 드라마화가 뚜렷하다. 역시 흥행한 영화를 선별해 그 영화의 주된 내용을 차용해서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섬세한 드라마적 스토리 구성과 영상미적 기술 등 국내 드라마의 연출력이 최고의 수준에 올라있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첨밀밀>의 경우 원작의 저작권을 가진 영화사 워너브라더스가 "한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미주와 중화권 방송 권리 선판매를 요청했을 정도다.

KBS의 한 드라마PD는 "좋은 콘텐츠는 시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다.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한 서로를 리메이크한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해 재활용되는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친구'
상호 매체간의 성격 이해가 성공 열쇠

최근 일본에서도 TV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 등이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리에 상영됐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드라마로도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2007년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도 감독상, 미니시리즈 최우수상, 음악감독상 등 3개 부분에서 수상하며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결국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흥행해 눈길을 끈다.

국내에선 만화가 원작인 영화 <타짜>, <공포의 외인구단> 등이 드라마로 재탄생했지만 시청률에선 실패의 쓴 잔을 들었다. 영화 <친구>도 TV안에서는 초라하게 모습을 감추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크로스 리메이크에 실패한 작품들은 상대방의 매체(영역)에 대한 이해력의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화가 시간의 완결성을 가졌다면 드라마는 진행의 완결성을 지닌 분야다. 두 분야에 대한 유기적인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면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친구> 등도 대중이 뻔히 알고 있는 줄거리에 새로운 진행방식을 적용하지 않아 도태되는 수모를 겪었다.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드라마화하기 위해서는 긴장감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로 세밀한 터치를 해줘야 한다. 국내에서 영화가 드라마화된 작품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고무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두 영역의 인력이 크로스오버되는 현상이 긍정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이 드라마 PD로 변신한다든지, 드라마 PD가 영화감독이 되어 작품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기도 한다. 인력의 크로스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두 분야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이와 더불어 콘텐츠의 '원소스 멀티 유즈'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식객>, <타짜> 등이 만화에서 영화로, 이어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로 활용되었다. 정 씨는 "이제는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제대로 된 소스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아이템(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을 덜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식객'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