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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월대" 가보고 향수 달래며 만든 노래

해방 후 재발매 통해 뒤늦게 각광받아
[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백난아 '찔레꽃' (1942년 태평레코드) 下
이미자에게 가수꿈 심어준 롤 모델, 1960년대까지 최전성기 구가
백난아의 대표곡 '찔레꽃'은 1941년 가수, 작사자, 작곡가 세 사람이 백난아의 고향인 제주 한림읍 명월리의 명월대를 찾아 향수를 달래며 만든 노래로 알려져 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라 노래한 '찔레꽃'은 일제강점기 북간도 유랑민의 망향의 그리움을 절절하게 담아낸 노래다. 1942년 태평레코드를 통해 발표된 그녀의 대표곡이다. 이 노래의 오리지널 음반은 당연히 유성기 음반이다. 발매 당시는 태평양 전쟁으로 어수선했던 시기였던지라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이 노래가 민족의 애창곡이 되었던 것은 그로부터 3년 후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고국에 대한 향수를 기막히게 담아낸 노래로 회자되면서부터다. 사실 해방 전 대중가요들은 주로 일본식 엔카 창법에 머물렀다. 하지만 백난아의 '찔레꽃'은 트로트이긴 하지만 엔카와는 차별되는 한국적 느낌이 살아있는 토속적인 창법이었다.

또한 '자줏빛 옷고름', '연분홍 봄바람' 등 한국적 이미지가 진동하는 시적인 가사에는 그 시절,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타국에 정착했던 당대 유랑민의 낙천적인 생존과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광복 이후 '찔레꽃'은 서울레코드를 통해 재발매가 되면서 뒤늦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태평이 아닌 서울 레이블로 발표된 유성기음반은 재발매된 음반이라 보면 된다. 서울레코드는 1949년부터 음반제작을 시작한 신생 레이블이다. 그렇기에 재발매 음반의 발매 시기는 1949년이나 1950년 상반기쯤으로 추정된다. 1945년 광복 후 백난아는 서울, 부산 등지의 방송국 전속 가수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녀는 후배가수 이미자에게 가수의 꿈을 품게 한 롤 모델로 알려져 있다. 오래 전 이미자는 한 언론인터뷰에서 '10살이 되던 부산 피란민 시절, 동아극장에서 백난아의 공연을 보고 가수의 꿈을 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쟁 후 킹스타와 유니버설을 통해 주로 노래를 발표했던 백난아는 1960년대까지 수많은 악극단 무대를 주름잡으며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백난아는 마치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푸근한 모성적 감각에 감칠 맛을 더하는 창법으로 사랑받았다. '내 고향 해남도' '님 무덤 앞에' '금박댕기' '호숫가의 엘레지' '봄바람 낭낭' '낭랑 18세' 등은 그녀의 히트곡들이다. 특히 1992년 한서경에 의해 신세대풍으로 리메이크되어 지금껏 사랑받는 '낭랑18세'는 그녀의 또 다른 대표곡이다.

전성기 시절 그녀의 고향은 제주가 아닌, 어린 시절 성장했던 함경북도 청진의 이북출신 가수로 오해를 받았다. 해방 이후 악극단 운영, 수도예술원 설립 등 활발한 활동을 하다 1989년 마지막 음반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그녀는 1992년 1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뒤늦게 혜은이와 더불어 제주도가 배출한 대표적인 여가수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인 백난아를 기리기 위한 지역행사 또한 활발하다. 2005년 제주도 여성특별위원회는 '근현대 100여 년간 직업별 제주여성 1호'를 발간하면서 백난아를 언론·문학·체육 분야 1호 여성으로 선정했다.

또한 2007년 고향인 제주도 한림읍 명월리에 '찔레꽃 노래비 공원'이 개장되었다. 2009년에는 제주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국 규모의 백난아가요제가 개최되어 목포의 이난영가요제와 부산의 현인가요제와 더불어 대표적인 3대 지역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사실 1940년대는 한국대중가요 사상 최악의 불황기이자 암흑기였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가정집의 밥솥과 숟가락까지 수거해 군수물자로 제작했을 만큼 전쟁에 광분했기에 음반제작은 사실상 중단된 시기였다.

그 결과 전쟁을 합리화하고 독려하는 만주나 중국을 연상시키는 행진곡풍의 군국가요는 넘쳐났지만 상처받은 우리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순수한 대중가요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태평양전쟁으로 야기된 사상 최악의 음반 불황기에 탄생된 백난아의 '찔레꽃'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수많은 가수의 리메이크 작업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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