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차승우, 보컬 이성우 양대축[우리시대의 명반·명곡] 노브레인 1집 '청년폭도 맹진가' (2000년 문화사기단)'난투편', '청춘예찬편' 2장의 CD로 구성, 참신한 음악적 실험

온 세상이 밀레니엄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2000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새롭게 시작된 21세기는 컴퓨터와 인터넷 세상이 되었고 음악시장도 가히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2000년도 이전이 음악을 소장했던 시절이라면, 2000년도 이후는 음악을 소비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음반이 아닌 디지털 음원으로 노래를 듣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마다 대중음악은 큰 역할을 했다. 세기가 바뀐 2000년은 국가적 환란인 IMF의 고통을 극복했지만 장기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심했다. 당대 대중은 뭔가 불안한 심리를 날려버릴 노래가 필요했다. 그때 굉장히 시끄럽고 독특한 음악을 들고 조용하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알린 펑크 록 밴드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넌 내게 반했어'란 노래로 인디와 오버를 넘나들며 록 스타로 대접받는 노브레인이다.

1996년에 결성된 노브레인은 지금도 이성우를 리더로 정민주(기타), 정우용(베이스), 황현성(드럼)의 4인조 라인업으로 활동 중이지만 음악적으로는 차승우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결성 초기에는 고교시절부터 서울 강남권의 기타 신동으로 통했던 차승우(지금은 더 문샤이너스의 리더)를 중심으로, 마산 출신 로커 이성우가 양대 축을 이뤘다. 이들은 1998년 데뷔음반인 와 EP <청춘 98>을 통해 펑크와 트로트를 결합한 '조선 펑크'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차별적 정체성을 발했다.

이후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에서 인디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존재가치를 높였고 리더 차승우가 군에서 제대한 2000년에 발표한 1집 앨범을 통해 한국 펑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

노브레인의 1집 <청년폭도맹진가>는 대중적 각광을 받게 될 2000년대 인디음악의 서막을 알렸던 의미심장한 앨범이다. 사실 90년대 말까지 펑크음악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나빴다. 음악보다는 튀는 외향만이 주목받았을 뿐이다. 노브레인의 '청년폭도맹진가'는 그 같은 대중적 선입견을 깬 참신한 음악적 실험이 담긴 명반이다.

지금은 희귀명반으로 대접받고 있는 이 앨범은 '난투편'과 '청춘예찬편' 2장의 CD로 구성되어 있다. '난투편'이 펑크의 원형질을 보여주고 있다면, '청춘예찬편'은 오직 이 땅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한국적 펑크의 모델을 제시했다. 바로 그들 표현대로 말하자면 '조선펑크'다.

이처럼 전혀 이질적 질감의 2장의 CD가 합체된 이 앨범은 놀라운 음악적 일체감을 획득하는 화학작용을 이뤄냈다. 왜 이 음반이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26위에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다채로운 목소리의 마법을 펼쳐낸 리드보컬 이성우는 홍대 펑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리더 차승우 역시 발군의 송라이팅과 기타 연주로 주목해야 될 뮤지션으로 각인되었다.

검은 바탕의 앨범 재킷에 수놓은 한자 '怒'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수록곡 '성난 젊음'의 '성난'에서 모티브를 따 팀명 노브레인의 '노'와 음은 한자라 사용했다고 한다. 부클릿에 수록된 암울한 분위기의 사진들도 차별적이다. 자신들의 영정사진이기 때문이다.

저항적 기운이 꿈틀대는 직설적인 수록곡들은 빅히트를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당대 대중에게 무한 통쾌감을 안겼다. 타이틀 곡 '청년폭도맹진가'는 차승우가 군대에서 본 독립군가 악보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다.

당시 라이브 클럽 펑크 키드들을 이야기하는 '잡놈 패거리', 다리를 다쳐 병원에 누워 있을 때 작곡한 '성난 젊음', 그리고 '98년 서울' '십대정치' 등은 요란한 차림 때문에 늘 불심검문에 시달렸던 경험이 담긴 그 시절의 청춘만가다. 집을 철거당한 차승우의 고교 친구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땅 어디엔들'도 필청 트랙이다.

2집 이후 리더 차승우가 탈퇴한 이후 노브레인의 음악적 평가는 달라졌지만 영화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부터 이들의 인지도는 홍대 권을 뛰어넘었다. 불안한 시대를 산 젊은 영혼들을 상처받은 마음을 대변한 이 음반은 침체된 한국 록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며 스스로 명반의 지위를 획득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