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과 대중성 사이의 고민… 등 콘텐츠 중요성 보여줘

MBC <아마존의 눈물>
4월 12일 미국에서 좋은 소식이 날라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뉴욕페스티벌'에서 이 '텔레비젼 & 필름(Televition & Film)' 대회 중 '컬처럴 이슈(Cultural Issues)'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것.

2009년 12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이듬해 2월까지 국내에 방송된 <아마존의 눈물>은 환경 다큐멘터리로서 드문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0년 3월에는 극장판으로 만들어져 10만 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도 얻었다. 15억 원의 제작비로,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훼손되어 가는 아마존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다. 올해만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하나가 국위선양을 한 셈이다.

작품성 있는 다큐멘터리 살리기

"세계 최초로 다큐멘터리 전용관이 탄생했다."

KBS <울지마 톤즈>
사실 작품성 있는 다큐멘터리의 국제적 성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제 극장에 걸리며 관객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일도 다반사가 됐다. 2009년 MBC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첫 신호탄이었던 은 극장판으로 제작돼 관객을 찾았다. <북극의 눈물>을 시작으로 TV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은 스크린에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10년 KBS <울지마, 톤즈>와 , 2011년 초 SBS <최후의 툰드라> 등도 연이어 극장에 걸렸다.

EBS도 15일 3D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신들의 땅-앙코르 와트>의 시사회를 열어 극장 상영을 알렸다. MBC 역시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아프리카의 눈물>편을 개봉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들이 앞다투어 질 높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TV와 스크린을 오가며 '원 소스 멀티 유즈'를 실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라고 할지라도 작품성만 있다면 관객에게 어필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 콘텐츠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일례다.

그런데 다큐멘터리의 극장판에 더 불씨를 지필 '사건'이 일어났다. KBS가 CGV와 손잡고 서울 대학로 CGV에 '다큐멘터리 전용관'을 개관한 것. 12일과 13일 양일간 KBS <차마고도-극장판>의 KBS 김무관 PD와 다큐멘터리 영화 <사이에서>(2006년 개봉작)의 이창재 감독, 로 방영된 <콩고>의 KBS 최성민 PD, <철까마귀들의 날들-극장판>의 박봉남 감독 등의 작품 상영과 함께 'PD와의 대화'도 마련해 관객과의 적극적인 만남을 주선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조차 "의미 있는 시도이자 사건"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TV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
11일 서울 대학로 CGV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KBS 김인규 사장은 "다큐멘터리 역사에 새장을 여는 일"이라며 "단지 KBS만의 무대가 아니라 타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나 세계의 우수한 다큐멘터리도 상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한 <울지마, 톤즈>의 경우 KBS에서 세 번이나 방영했지만, 보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방송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큐 전용관은 이런 문제도 해결할 것이다. 작품성 있는 TV 다큐멘터리들이 사장되는 현실에서 획기적인 대안인 셈이다.

다큐멘터리 전용관의 탄생은 국내외 우수 다큐를 상시 상영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TV에서 스크린으로 확대된 상영 공간은 소재와 표현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다큐멘터리의 콘텐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90석의 소규모 극장이지만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작품성을 갖추고 있지만 받아주는 영화관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제작자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메시지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겸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인 배우 조재현은 "힘들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며 다큐멘터리 독립제작사와 젊은 감독들의 기대를 대변했다.

'신지애, 즐거운 삶에 도전하다'
다큐멘터리도 우려먹는다고?

"'발 연기 한다', '학예회 하는 것 같다'는 말에 상처받았죠."

이달에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대중성에 치우친 나머지 '우려먹기'식의 방송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1일 MBC는 <스페셜>로 배우 김태희를 논했다. '태희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배우 김태희의 일상 엿보기를 시도했다. 배우가 아닌 한 인간의 생활관과 인생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MBC 교양국은 '셀러브리티 바이오그래피', 즉 유명스타 다큐멘터리의 그 첫 번째로 김태희를 선정해 방영했다. 예전의 <나는 이영애다>나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 보였던 한 스타의 일상 조명이었다.

그 뿐이었다. 그러나 평가는 냉혹했다. 문제의식 없는 소위 '스타 빨아주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태희 스페셜'에는 특별하다 할 점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 그녀는 KBS <박중훈 쇼>나 <승승장구> 등 토크쇼에 출연해 일상을 털어놓은 바 있다. 제목은 '태희의 재발견'이었지만 '재발견'할 만한 어떠한 소재나 장치도 없었다.

다만 김태희의 변명과 이미지 관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동료 배우들에게 듣는 그녀의 털털한 매력, 조카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 삼매경에 빠진 것 등은 굳이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않아도 연예 뉴스에서 종종 보던 화면들이다. 배우로서의 연기적 고뇌나 그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 9%대의 시청률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설명하는 증거다.

MBC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5일에는 '신지애, 즐거운 삶에 도전하다'를 방송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신지애의 모습. 어쩐지 낯설지 않다. 신지애는 2009년 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신지애가 있기까지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과 뒷바라지, 촉망받는 골프선수로서의 열정 등은 익숙한 장면들이다. 전혀 새로울 것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스페셜'이었다. 신지애는 지상파 방송의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일 정도로 TV와 친숙한 선수다. 그러니 알려진 정보들을 또 다시 보는 '재방송'에 지나지 않았다.

10일 방송된 SBS <스페셜>의 주제도 마찬가지. '하리수 10년, 그녀를 꿈꾸다'를 통해 트렌스젠더로 10년 동안 방송 일을 해온 하리수를 조명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 '우려먹기'. 하리수의 이야기도 2001년 KBS <인간극장>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2006년 KBS 등 휴먼 다큐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했다.

이날 SBS <스페셜>이 10%가 넘는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을지언정 10년 전 <인간극장>에서 "잃은 것은 남성이요, 얻은 것은 자유다"라고 말했던 하리수의 특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유독 휴먼 다큐멘터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KBS교양국의 한 관계자는 "특히 유명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포커스를 어디에 어떻게 맞추는지에 대한 문제다"며 "그들에 대해 애매한 시선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 논란이 일곤 한다.

김태희의 경우 현 시대의 배우라는 관점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뤄졌으면 어땠을까"라고 답했다.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고 한 인물에 접근하라는 것이다.

MBC는 박완서 추모특집으로 '그 겨울은 따뜻했네'와 일본 청년문화를 이끈 재일교포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 '츠카 코헤이와 김봉옹'을 제작했다. 은 박완서와 츠카 코헤이를 통해 그 시대상과 함께 그들의 고민과 상처를 보듬었다.

단순한 일상의 되짚음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그들의 활약상에 논조를 분명히 했다. 방송사는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삶의 베일이 벗겨졌을 때 대중이 느끼는 희열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지상파 방송의 한 교양국 PD는 "다큐멘터리가 대중성과 상업성을 따라갔을 때 시청률에 대한 안전성은 보장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제작자로서 그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더 창의적인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