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영화제]지진, 쓰나미, 방사능 등 다양한 환경 문제 해법 스크린에 펼쳐

개막작 <미안해, 고마워>
구제역과 가축 매몰, 지진과 쓰나미,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유출, 이 모든 것들에서 번진 기후와 먹을거리 문제. 이 시대의 이슈는 단연 환경이다.

남극, 북극 등의 극지점에서나 다루어지는 먼 현안처럼 느껴졌던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시시각각 경각심을 일으키며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해마다 전 지구의 환경문제를 내밀하게 담아냈던 서울환경영화제가 올해만큼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다음달 개막을 앞둔 제8회 서울환경영화제는 이런 관심을 이번 행사 곳곳에 반영했다. 그래서 올해의 슬로건도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영화 선언'이다.

최열 집행위원장은 "구제역과 쓰나미,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 지금도 실상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관객들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생각하고 체험과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화제에 다각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제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개막작은 임순례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송일곤, 오점균, 박흥식 감독이 함께 만든 <미안해, 고마워>다. 반려동물이 겪고 있는 부당한 오해와 대접을 다룬 이 영화는 생명 경시가 만연해진 지금 '함께 사는 지구'라는 영화제 슬로건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연친화적 삶을 담은 <내 텃밭을 소개합니다>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구제역, 원자력 등 거대한 담론이 횡행하는 이때에 동물영화가 개막작이라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며 "빠르게 변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풍조를 대변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우리 상황도 반려동물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며 개막작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전 세계의 최신 환경 이슈들을 섭렵하고 있는 경쟁부문인 '국제환경영화경선'은 올해 76개국 756편의 장단편 영화가 출품된 가운데 14개국 21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작품들은 기후변화를 비롯해 사막화, 에너지, 쓰레기, 개발 문제 등 다양해진 환경문제의 최근 이슈들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올해 체르노빌 25주년을 맞이해 국내외의 방사능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 <야만의 무기>와 애니메이션 <레오니드 이야기> 등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단연 '쟁점 2011: 핵, 원자력, 에너지 소비의 그늘' 섹션이다. 그해의 주요한 환경 이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이 부문은 올해 핵과 에너지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다룰 예정이어서 일반 관객과 해당 분야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

이 섹션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덴마크영화 <영원한 봉인>이다.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건설되고 있는 핵폐기물 보관소를 촬영한 이 영화는 10만 년 동안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을 만들어 핵폐기물을 처리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비장하게 카메라로 담아낸 수작이다.

핵폐기물 보관소에 대한 고민 <영원한 봉인>
황혜림 프로그래머는 이밖에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이 살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자연적인 지역이 된 체르노빌을 재조명한 <체르노빌 - 다시 쓰는 자연사>와 대안적 에너지를 다룬 <충전!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도 함께 '필견작'으로 추천했다.

다양한 최신의 환경 트렌드를 만날 수 있는 '세계 환경영화의 흐름'은 어둡고 부정적인 이슈보다는 환경개선에 대한 대안적 문제들을 다룬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자연친화적 생활이나 우리 주변의 소리, 진정한 행복의 문제 등 미래지향적 환경문제들을 담은 <내 텃밭을 소개합니다>, <소리를 찾아서>, <행복의 경제학> 등은 다음 세대의 지구를 고민하게 한다.

하지만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한국 환경영화의 비약적인 성장을 꼽을 수 있다. TV 방영 당시 높은 관심을 불러모은 <아프리카의 눈물>과 <최후의 툰드라>는 극장판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싸움 '용산'을 다룬 <마이 스윗 홈 - 국가는 폭력이다>와 4대강 프로젝트의 이면을 쫓은 <강, 원래 프로젝트> 등 한국 환경영화의 현 단계를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환경문제가 성인이나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와 동물, 모든 자연의 문제임을 환기시키려는 노력들도 프로그램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환경을 생각해보고 가족 관객들이 함께 볼 수 있는 환경영화를 소개하는 '지구의 아이들' 섹션이 대표적이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애니메이션 단편들을 통해 인간이 동물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령대에 맞춰서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나 '사막화냐 숲이냐'도 이런 '함께 사는 지구'의 정신을 따르고 있는 섹션이다.

체르노빌 참사 이후를 담은 <레오니드 이야기>
딱딱한 환경문제들이 부담스럽다면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에코판타스틱'을 찾으면 된다. 환경 파괴로 인간 생존이 어려워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 이 부문의 영화들은 여러 가지 환경문제들을 다큐멘터리적인 시각이 아니라 영화적인 재미를 부각시켜 환경문제를 은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열 집행위원장은 "이제까지 영화제에 참가하면서 느낀 것은 영화가 전 세계의 환경에 대한 현황을 가장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정부나 기업 과학자, 환경운동가들이 어떤 갈등을 겪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

그래서 최 집행위원장은 "지난 7년 동안 환경영화제를 해오면서 상영한 국내외 약 350편의 좋은 영화들을 모아 10년이 되면 환경영상센터를 건립할 것"이라고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가을부터 환경영상센터를 위한 모금과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며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공존을 화두인 시대, 일반 관객들에게도 더욱 가까워지게 된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 18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25일까지 CGV상암에서 환경 살리기의 다양한 해법들을 스크린에 펼칠 예정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