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조하문 1집 '이 밤을 다시 한 번'(1987년)6곡 동시 다발 히트, 100만 장 '대박'

1980년대 대표적인 캠퍼스 록밴드 마그마의 리드보컬 조하문. 그는 대학가요제 등장 때부터 에비스타였다. 잘 생긴 외모 그리고 탁월한 고역대의 샤우팅 창법을 구사했던 인상적인 가창력에다 명문대 프리미엄까지 겸비했던 그는 단숨에 동시대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조하문의 노래는 파워풀한 남성적 매력과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는 섬세한 고역으로 한국 록발라드 보컬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솔로 데뷔 이전에 들려준 캠퍼스밴드 마그마의 강력한 음악 또한 시대를 앞서갔던 대부분의 전설적인 음악처럼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로 각인되어 있다.

마그마의 유일한 정규 앨범은 얼마 전 1200장 한정 CD로 재발매되어 록 마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80년대 말 발표되어 공히 100만 장이 넘는 공전의 판매기록을 세웠던 그의 솔로 1, 2집에 수록된 노래들은 지금도 각 라디오 음악프로에서 쉼 없이 흘러나오는 8090세대들의 애창 넘버들이다.

대학 졸업 후 조하문은 음악활동과 군 입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솔로 데뷔가 여의치 않았고 연세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시험에도 떨어져 군 복무를 했다.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던 그는 틈틈이 자신의 감성을 담은 노래를 작곡해두었다.

1987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선배가수 송창식, 조동진이 그에게 '재능을 썩히지 말고 솔로 독집음반을 남기라'고 권유했다. 이에 여러 레코드회사를 돌며 솔로 데뷔 음반 제작을 타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솔로 데뷔 과정은 험로였지만 자신의 창작곡 8곡에 이정선의 창작곡 '같은 하늘 아래'를 더해 총 9곡을 수록한 데뷔앨범은 그가 발표한 4장의 독집 중 최고의 명반이다. 조하문 솔로 1집이 당대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그를 하루아침에 스타로 등극시킨 원동력은 음악적 변신에서 나왔다.

대학 시절 귀청이 얼얼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구사했던 조하문은 솔로로 데뷔하면서 폭넓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록발라드 가수로 변신을 시도했다. 데뷔음반 제작을 타진했던 레코드사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았던 이 음반은 100만 장이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리며 설움을 단박에 날려버렸다.

그 결과, 지금껏 그의 대표곡으로 각인된 타이틀 '이 밤을 다시 한 번'을 비롯해 '눈 오는 밤', '사랑하는 우리', '슬픈 이별', 리메이크한 '해야', '그대' 등 9곡의 수록곡 중 무려 6곡이 동시다발적으로 히트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을 토해내는 절창이 압권인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와 겨울 시즌 명곡으로 지금껏 사랑받는 경쾌한 느낌의 '눈 오는 밤', 아름다운 가사로 지금껏 잔잔하게 울림을 구현하고 있는 이정선 곡 '같은 하늘 아래서' 그리고 '사랑하는 우리'까지 주옥 같은 그의 남성적인 발라드 넘버들은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며 단숨에 그를 인기정상으로 도약시켰다.

그해 방송사의 10대 가수에 등극했고 제작사로부터 골든디스크상까지 받으며 부상으로 45일간 해외음악시장 시찰까지 다녀왔을 정도로 1집은 성공적으로 갈무리되었다. 인기가수로 떠오른 조하문은 1990년 토크쇼의 명사회자 자니윤과 부자 관계라는 뜬소문에 시달리는 유명세까지 치르기도 했다.

전작의 성공에 힘입어 발매와 더불어 30만 장이 팔려나간 1989년 솔로 2집은 연 타석 히트퍼레이드를 이어갔다. 대중과의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1집과는 달리 작사, 작곡, 노래, 연주, 편곡까지 1인 5역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과시했던 2집은 자신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일종의 실험적인 음반이다.

타이틀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는 조하문의 물이 오른 절정의 보컬능력을 입증한 80년대 발라드 명곡이다. 4집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현재는 목회자로 변신해 살고 있다. 지금도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조하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그리워하는 대중이 있다는 증명일 것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