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ㆍ작가 발굴, 결혼 체험, 스타들의 댄스 경연…

"신인 작곡가와 작가도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뽑아요!"

TV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도대체 어디까지 갈 요량일까. 대중가요 신인 작곡가와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생겨난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소리바다는 'I Am a Musician'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작곡가 발굴 프로젝트에 나섰다. 프로 작곡가를 데뷔시킨다는 등용문이다.

최종 우승자는 가수 디셈버의 디지털 싱글 타이틀곡을 작곡해 정식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며, 300만 원의 상금과 저작권료 수익이 제공된다. 신청을 받은 지 20여 일 만에 1000명의 응모자가 3000여 개의 작품을 접수했다. 심사는 디셈버와 기획사가 한다.

문단에서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지난 1일부터 '나는 작가다'라는 제목으로 서바이벌 작가 경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 작가의 작품을 공모해 심사하는 건 기존의 방식과 같지만, 온라인 공간에 단계별로 작품을 연재하면 독자와 편집자, 작가, 평론가의 평가로 당선작이 가려지는 방식이다.

통신사 KT도 '이외수와 함께하는 올레e북 공모전'을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 소설가 이외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8편을 본선에 올리며, 우승자에게는 전자책 출간과 함께 3000만 원의 상금을 준다. 서바이벌 형식의 공모전이 성공할 경우 상시 운영한다는 생각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문단에서도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하는 것은 젊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독자 및 대중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TV, 결혼도 서바이벌로 논하게 하다

'상금 5000만 원과 VVIP 웨딩패키지가 내 손에 들어온다면?'

결혼도 이제 TV가 결정해주는 시대가 된 것일까? 결혼이라는 인륜대사를 내건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탄생했다. 6월 말 론칭 예정인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 <세기의 커플>은 결혼체험 서바이벌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갖고 있다. 일반인 예비부부 커플의 신청을 받고 있는데 연애 기간, 국적, 커플 간 나이 차이 등 특별한 제약이 없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여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게 장벽이 낮은 조건들이다. 심사를 통해 10쌍의 예비부부가 결혼 전 남녀가 알아야 할 다양한 미션을 10주간 수행하며 테스트를 받는다. 우승 커플에게는 5000만 원의 결혼자금과 초호화 웨딩패키지 등 총 상금 1억 원이 주어진다.

<세기의 커플> 제작진은 기획 의도에 대해 "결혼 전 남녀가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건강(체력), 성격(성품), 계획성, 외모(뷰티), 인간관계 등에 대해 더욱 잘 알게 되고 돈독한 애정을 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결혼한 부부들에게는 결혼 당시의 추억을, 미혼남녀들에게는 결혼준비에 대한 여러 상황들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모두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결혼에 대한 아기한 환상을 자극해 결혼을 장려한다는 의미도 있는 듯 보인다.

과연 기획의도대로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까? Mnet <슈퍼스타 K>나 MBC <위대한 탄생> 등에서 발생했던 사생활의 공개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커플들에게 위험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이를 감수하고 지원서를 작성하더라도 남녀는 연봉이나 재산, 성형 여부(성형 부위) 등을 기재해야 한다. 마치 결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평가하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

SBS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
<세기의 커플> 홈페이지에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데 응모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문의의 글을 올렸다. 결혼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응모 자격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TV에 얼굴이 드러난다면 여러 상처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낱낱이 사생활이 공개되고 보이는 과정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생활의 상품화가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한 외주제작사 PD는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이 경쟁적으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파생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다. 의도했든 안 했든 요즘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세상에선 개인의 신상정보는 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이 사생활의 상품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마케팅으로 우려먹는다고?

'피겨여왕' 김연아도 나섰다. 음악감독 박칼린도 빠질 수 없다. 스타들을 내세운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지상파 방송에서 경쟁한다. SBS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와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두 프로그램은 각각 5월 22일과 6월 10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어 비슷한 시기에 전파를 탈 예정이다.

피겨스케이팅과 댄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스타들의 서바이벌 대결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을 두고 피겨스케이팅과 댄스를 연습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는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서바이벌에 접근한다는 게 새롭긴 하다. 특히 김연아라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를 MC 겸 심사위원으로 섭외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화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수 아이유, 손담비, 유노윤호와 배우 서지석, 이아현, 박준금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규혁까지 출연한다고 한다.

<댄싱 위드 더 스타>도 연예인과 저명인사가 팀을 이뤄 댄스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상상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우선 박칼린이 나온다.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합창단'편에서 오디션으로 단원을 선발했고, <위대한 탄생>에서 가수 지망생들에게 조언을 했고, tvN <코리아 갓 탤런트>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음악감독이다.

그녀가 댄스 도전자로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서바이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기에 제작진으로서는 섭외 1순위였을 것이다.

스타들의 서바이벌은 시청률 면에서는 확실한 보증수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스타들의 고군분투하는 리얼한 모습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상반기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음악으로 대중의 귀를 즐겁게 했다면, 이제는 대중의 눈이 즐거울 차례다.

좋든 싫든 이미 대중은 서바이벌 게임에 익숙해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화는 한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나갈 태세다. 그와 함께 문제점도 계속 지적이 될 것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그것은 확실한 시청률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