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OP밴드', '낭만을 부탁해'… 시청률 보여주겠다

KBS '낭만을 부탁해'
"교양 PD가 만든 예능 프로그램은 예능 PD가 만든 프로그램과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시청률로 보여주겠다!"

5월 24일 서울 KBS신관 국제회의실. KBS는 TV개편 간담회를 갖고 신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개편 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건 KBS 'TOP 밴드'와 '낭만을 부탁해'. 이들 프로그램은 교양국에서 제작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최근 불어 닥친 '교양국의 연성화' 바람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예능과 교양의 협연, 경계는 없다?

"'리얼'이라는 단어 자체가 다큐의 연장선을 의미한다."

최근 교양국에 예능의 물결이 넘실되자, 한 지상파 교양국 PD는 "예능국이 먼저 교양의 것을 가지고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교양국의 입장에서 보면 예능국의 행보가 먼저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1년 5월 KBS TV개편 설명회
예능국이 교양국의 근본적인 촬영 시스템을 가져다 쓰는 것에는 아무 말도 없다가 교양국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나오는 데 대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는 'TOP 밴드'와 '낭만을 부탁해'를 교양국에서 제작해 눈길을 끈다. '낭만을 부탁해'는 중년의 열정을 담은 '추억 로드 버라이어티'다. 전영록, 최수종, 김정민 등을 내세워 복고 열풍에 합류했다. 여행을 떠난다는 포맷이 중년판 '1박2일'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TOP 밴드'는 최근 흐름을 타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아마추어 밴드들이 매주 대결을 통해 탈락의 과정을 거치고 단 한 팀만이 우승을 거머쥐는 형식이다. Mnet '슈퍼스타 K'와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과 다를 바가 없다. 단지 교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밖에는.

은 "교양 PD가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존의 프로그램과 다를 것이다. 꿈과 감동을 모토로 해 헌신과 배려, 화합의 정신을 보여줄 것"이라며 교양국의 메인 테마인 '감동 보여주기'에 무게를 실었다.

교양국의 이러한 행보는 사실 을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SBS는 최근 교양국과 예능국을 통합하는 제작총괄국을 만들었다. 교양과 예능의 경계를 방송사 자체가 허물어 버리자는 의미다.

SBS '짝'
'짝'은 남녀의 '짝짓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예능의 것을, 리얼한 영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교양의 것을 적절히 섞어놓았다. '짝'은 여러 명의 남녀가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영상은 철저히 그들의 입장을 따라가며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

볼거리를 주되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시청자가 교양국에 바라고 기대하는 진중함과 무게감, 고민 등을 간과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방송사의 시청률을 중시하는 풍토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변칙 편성을 조장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KBS 예능국의 유찬익 EP는 "예능의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교양국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예능과 교양을 구분 짓는 일은 이제 무의미하다. 이 시대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교양국은 영역이 없다."
누가 먼저 아이디어 내고 프로그램 제작하는가 더 중요

KBS가 봄 TV개편을 강행하며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부서가 교양국이다. 4개의 신설 프로그램 중 2개가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KBS 김영국 교양국장
이로 인해 교양국의 프로그램 제작 등이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과연 교양국이 만드는 예능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을 만나 이 같은 궁금증을 들어봤다.

교양국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KBS는 1990년대 초반 교양국과 예능국 구분 없이 제1국과 제2국으로 나뉘어 운영된 적이 있다. 1국에서는 다큐 프로그램이, 2국에선 쇼·교양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이때 제작된 게 'TV는 사랑을 싣고', '체험 삶의 현장' 등이다. 좋은 프로그램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사실 이때부터 교양과 예능의 경계는 없었다고 본다. 어찌 보면 현재 예능국에서 만드는 '스펀지 제로'나 '비타민' 등은 교양국에서 제작되어야 할 프로그램들이다"

이번에 '낭만을 부탁해'와 'TOP 밴드' 등은 어떤 차별화를 두고 기획됐는가?

"이들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교양국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했다. 복고와 추억이 트렌드인 추세에서 '낭만을 부탁해'를, 오디션 서바이벌이 대세인 상황에서 'TOP 밴드'를 기획했다. 하지만 교양국이기 때문에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

'낭만을 부탁해'는 중년들의 추억과 여행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TOP 밴드'는 (5인조 밴드를 기본으로 한)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배려를 보여주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상들이 많이 나갈 것이다."

두 프로그램이 너무 트렌드를 따라가는 건 아닌가?

"'TOP 밴드'의 경우 오디션 열풍에 편승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데, 인정한다. 트렌드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교양국이 지닌 노하우는 버리지 않을 것이다. 감동을 주는 부분을 더 강조할 것이다. 단순한 서바이벌 오디션이 아니라 감동과 희망을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집중하겠다."

그렇다면 교양국의 연성화에 대한 시각은 어떤가?

"교양국은 영역이 없다. 이제는 누가 먼저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에 대한 싸움이라고 본다. 이번에 교양국에선 어린이 뮤지컬 드라마를 네 편 제작할 계획이다. 이번 드라마가 잘 마무리되면 관객들을 위해 무대에도 올리고, 해외에서 수출하는 작업들이 이뤄질 것이다. 드라마라고 해서 드라마국에서만 제작되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신세대 보고-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청소년 드라마를 제작했고, 이것을 드라마국이 모티브로 해서 '학교'시리즈를 만들어 방영했다. 이처럼 지금은 영역이 무너졌다고 본다. 이제는 PD들의 능력이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