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조덕환 1집 'Long Way Home' 下 2011년'수만리 먼 길'이 앨범 최고의 트랙

귀국 후 조덕환은 들국화 재결성을 위해 춘천교도소에 있던 전인권과 연락을 취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 후 3개월에 걸쳐 삼청동의 전인권 자택을 찾아가 들국화 재결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독집으로 방향을 바꿔 동아기획과 도레미등과 연결했지만 여의치 않아 추진력이 좋다고 추천받은 인디레이블 루비살롱과 인연을 맺었다.

조덕환의 솔로 데뷔앨범을 통해 주찬권, 최성원 들국화 3인방은 의기투합했다. 8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미국 서던 록부터 블루스, 포크, 하드 록, 록큰롤, 컨트리, 세미클래식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총 11곡은 그 결과물이다.

신곡과 들국화 시절의 리메이크 곡들이 혼재하는 이 번 앨범은 들국화의 향수와 더불어 요즘 젊은 세대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하고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구현했다. 하지만 조덕환은 앨범구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원래 13곡을 수록하려 했지만 CD 용량의 한계로 영어 버전 'Ordinary Man'과 컨트리 버전 '고향 가는 길' 2곡이 누락되었기 때문. 당초 잔잔하게 시작해 감정의 굴곡이 느껴지는 치밀한 곡 구성을 했던 그는 의외의 난관에 부닥쳐 트랙 순서 나열에 애를 먹었다.

앨범구성에 트러블을 안겨주었지만 이 앨범이 요즘 젊은 뮤지션들과는 다른 질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5분이 넘는 대곡이 무려 7곡이나 수록된 파격적인 곡 구성에 있다.

탁월한 멜로디의 곡들이 무수하지만 작품의 완성도에 몰두할 뿐 상업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조덕환의 왕고집의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장 긴 버전은 귀국 후 창작한 들국화 멤버 고 허성욱을 추모한 곡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다. 무려 9분 30초에 달하는 대곡이다.

10분에 근접하는 롱 버전이지만 탄탄한 멜로디와 연주는 지루함을 느낄 여지를 주지 않는다. 신중현 이후 한국대중음악 음반에서 이런 대곡을 경험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GLOBAL AGE'도 한국에 돌아온 후 창작한 곡이다.

만돌린과 피아노 선율이 어우러져 잔잔하게 서막을 여는 첫 연주트랙 'PRELUDE'의 감흥이 가시기 전 2번 트랙 '수만리 먼 길'이 청자의 귀를 확 잡아끈다. 자전적인 이 곡은 다시 돌아와 포효하는 조덕환의 외침을 통해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이 앨범 최고의 트랙이다.

이 곡에 명곡의 향기를 불어넣어준 엄청난 내공의 기타리스트는 생소한 이름의 김대순이다. 워밍업 삼아 참여했던 현직 치과의사가 운영하는 라이브클럽 미니콘서트 무대에서 만난 무명 기타리스트다.

호주 유학시절 대학밴드 활동을 했지만 전문뮤지션이 아닌 김대순은 현재 의류계통 무역회사 대표다. 들국화 팬클럽 연말 파티에서 그의 기타솜씨를 듣고 마음에 들어 앨범작업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신나는 브라스 연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높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참여로 재탄생된 '세계로 가는 기차'와 발전한 서울의 풍경을 보고 지은 연작 개념의 'Highway Song', 달콤한 멜로디의 서던 록 'Ordinary Man',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미국 남부의 질감으로 정겹게 묘사한 '아버지 웃고 살아요'도 조덕환의 새로운 사운드를 입증하는 탁월한 트랙들이다.

블루스 포크버전으로 스케일을 확장해 재탄생된 김민기의 '새벽길'도 감칠맛 난다.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도 가사가 늘어난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이 앨범의 최대 미덕이자 약점은 익숙함이다. 록의 최대 전성기 80년대의 기억 복원은 반갑지만 젊은 세대들은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덕환은 "돌아와 보니 대중음악계에 중간이 비어있다. 그래서 지금 세대들에겐 없는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앞으로 감각적인 음악도 연구해볼 생각"이라 밝힌다.

들국화 부활에 대해 조덕환은 "전인권 없는 들국화는 생각할 수 없다. 3명만으로는 안한다. 만약 영원히 전인권이 활동을 못한다면 그 때 다시 생각해 보겠다." 전인권의 존재가치를 피력했다. 최근 '허클베리핀', '못', 'W & Whale'등이 참여한 '2011 들국화 리메이크 앨범'이 발표되었다. 10년 만에 발표된 두 번째 들국화 헌정앨범은 들국화 부활의 당위성을 웅변하고 있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