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10cm' 'The First EP' 上 2010년여성 취향 사운드에 탁원한 서정성 담아

최근 인디뮤지션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인디음악계의 공력이 만만치 않은 것은 10여년의 세월동안 꾸준하게 쌓아온 음악공력으로 어느 정도 확인되었지만 장기하의 열풍 때까지만 해도 이 열기가 과연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흐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평단에서는 한국대중음악의 건강한 토양을 위해선 '제2의 장기하'가 연속해서 등장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되었고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이제 그 같은 우려는 무색할 정도로 인디뮤지션들은 공중파를 넘나들며 각종 예능 프로 배경 음악을 점령하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파급력을 담보한 뮤지션들의 개체 수 또한 증가일로다.

어마어마한 대중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향후 음악성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늘 뒷덜미를 잡았던 '장기하와 얼굴들'은 최근 한층 밴드의 앨범다워진 2집을 통해 대중적 주목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고 남성듀오 '10cm', 모던 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여성듀엣 '옥상달빛'등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할 정도로 인지도를 획득하며 주류와 인디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노래방은 물론이고 거리에서도 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젊은이들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제2의 장기하'로 회자되고 있는 남성 2인조 밴드 '10cm'는 한국대중음악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현재 여성 팬들에게 가장 어필되고 있는 인기절정의 남성 듀오라 해도 무방하다.

'우리들의 음악은 여성들만 들으라'고 농담을 걸 정도로 이들의 음악은 일단 감각적이고 섹시함이 배어있는 스마트한 뉴욕 맨하탄 스타일로 젊은 여성들의 낭만적 감성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여성취향의 사운드다.

정규앨범을 내기 전부터 누나들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와 커피의 진한 맛을 찬양하는 '아메리카노'를 히트시키며 기대감을 부풀렸던 기대주였던 <10cm>의 빠른 성장 원동력은 무엇일까?

귀에 감겨오는 맛깔난 가창력과 탄탄한 기타 연주 그리고 감각적인 가사, 팔색조의 질감으로 펼쳐내는 다채로운 음악 스펙트럼에 있다. 사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한 지 일 년 만에 존재가치를 알린 첫 EP는 탁월한 감성을 선보였지만 거친 녹음과 단조로운 사운드, 이질적인 연주와 편곡의 불안정에 대한 평단의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가내 수공업 공법으로 제작한 첫 EP 앨범은 적어도 2000년대 디지털 세상에서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가슴을 움직이는 탁월한 서정성을 담아냈었다. 거기에다 질감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곡들은 정서적으로 일관성이 모호하다는 비난이 있긴 했지만 빛나는 가능성만으로도 인디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3000장이 넘게 팔려 최근 재발매까지 되었다.

음악적으로 완전하지 않은 EP만으로도 큰 감흥을 안겼기에 이들의 정규 1집에 대한 기대감은 당연했다. 사실 재치 있는 가사와 달콤한 목소리를 뽐낸 이들의 히트곡 '오늘밤은 외로워요'와 '아메리카노'는 2010년 발매된 첫 EP와 2011년 정규 1집 어디에도 없다. 컴필레이션 앨범 와 디지털싱글로 발표된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2곡의 짭짤한 온라인 음원 수익은 정규음반 낼 기회를 이들에게 제공했다. 헌데 1집은 여러 음악적 문제점을 극복한 세련되고 깔끔한 내용임에도 명반으로 인증하기를 머뭇거리게 한다. 풍성한 사운드에다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감각적인 언어조탁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EP에서 들려준 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탁월한 서정적 멜로디의 노래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10cm'의 정규 1집 수록곡 '그게 아니고'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술'에 대한 표현 때문에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되어 19금딱지를 달았다.

이에 1996년 이후 사라진 심의와 검열의 망령이 부활하며 '표현의 자유'를 새롭게 담론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만큼 '10cm'의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의 성 표현수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해 실험하는 것 같은 은근하고 야한 노래들이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