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ㆍ명곡] 진방남 '불효자는 웁니다'(1940년)자전적 스토리 담은 노래 시공초월 인기

대중음악보다 그 시대를 극명하게 반영하는 예술장르는 없다. 기억저편으로 밀려난 세월 속에 묻혀 간 청춘의 미련과 흔적이 담긴 노래에 유독 대중이 울고 웃는 것은 장르적 특성 때문이다.

창가, 신민요, 유행가 그 이름이 무엇으로 변해 왔던지, 대중가요는 잊혀져가는 역사의 한 장면을 그려내며 이 땅에서 숨 쉬며 격렬하게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일 것이다. 그 중 어머니를 소재로 해 대중의 심금을 울린 노래는 무수하다. 그만큼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정서란 이야기다.

가수 진방남의 '불효자는 웁니다'는 시대를 초월해 많은 대중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명곡이다. 가수 진방남(본명 박창오)은 작사가 반야월로 널리 알려진 현존하는 한국대중음악계 최고령(한국 나이 95세) 가수다.

1917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한 그는 23살이 되던 1940년 가수로 데뷔해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5000여곡을 쓴 작사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수로도 '꽃마차' '불효자는 웁니다' '마상일기'등을 히트시켰고 작사가로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 '울고 넘는 박달재', '소양강 처녀', '산장의 여인'등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불멸의 명곡을 빚어낸 우리 시대 최고의 대중가요 시인이다.

진방남은 주로 격변기를 살았던 대중의 질곡어린 삶의 애환을 다룬 슬픈 심정과 이산, 향수 그리고 희망을 노래했다. 그의 창법은 '빈틈이 없는 옹골차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래 가사에 담긴 정서를 완벽하게 해석해 표현하는 특급 가수였다는 증명이다.

멀리 일제강점기, 한국 전쟁을 비롯해 격변의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 온 그는 철물점 직원, 고물상 잡부, 양복점 점원을 전전하는 고단한 청년시절을 보냈다.

1939년 태평레코드사가 김천에서 개최한 전국신인남녀 가요콩쿠르대회는 터닝 포인트다. 전국에서 참가한 수백 명 경쟁자들을 제치고 청년 진방남은 1등에 입상하며 레코드사의 전속가수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작사가 박영호(필명 처녀림)가 문예부장으로 있었던 태평레코드사는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백년설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직업가수 채규엽, 신카나리아, 최남용, 백난아 등 최고 수준의 가수 라인업에 신인 진방남의 가세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40년에 발표된 진방남의 데뷔곡 '불효자는 웁니다'는 당대의 메이저 음반사인 오케레코드를 위협할 정도로 태평레코드의 위상을 올려준 빅히트곡이다. 진방남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은 이 노래에는 성공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난 아들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고전적인 한국여인상을 그려냈다.

또한 이 노래에는 병이 들어 아들이 귀국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 산소 앞에서 통곡을 하는 장면이 절절하게 담겨있다. 진정성 어린 가수와 애절한 멜로디는 이 땅에 존재하는 수많은 불효자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당시는 유성기시절이라 국내 제작이 불가능했다. 일본으로 노래를 취입하러 떠난 진방남은 현지에서 '모친별세'란 급전을 받았다. 몇 차례 취입을 시도했지만 목이 메어 노래가 나오질 않아 겨우겨우 녹음을 마쳤다고 한다.

회한과 통곡으로 가득한 이 노래의 원 가사 3절은 '청산의 진흙으로 변하신 어머니여'에서 어머니의 타계소식을 듣고 '이국의 우는 자식 내몰라라 가셨나요'로 고쳐졌다고 한다.

아마도 진방남은 노래를 취입하는 내내 비오는 날 우산에 가방 하나를 들고 떠나는 자신을 배웅하러 마산역까지 나왔던 아들을 향해 주름진 손을 흔드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생각했을 것 같다.

이 노래가 시공간을 넘어 한국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명곡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1975년 조총련계 교포 추석 성묘단 환영공연장에서 희극배우 김희갑이 불러 장내를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면서부터. 이미자, 나훈아, 주현미, 송대관, 송해등 무수한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불효자는 웁니다'는 지금도 명절이면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에게 고향과 어머님의 품을 떠올리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는 노래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