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독립영화 총제작비 500만 원 열악한 환경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돌파

본디 독립영화는 태생적으로 상업영화에 비해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다. 소재 면에서 정치적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존재 자체가 상업화된 영화의 트렌드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 때문에 독립영화는 오랫동안 낯설고 어려운 영화로 여겨졌다. 다행히 최근에는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재미있고 참신한 시도들이 이어져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

창작집단 키노망고스틴의 두 번째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 역시 제목부터 가벼운 독립영화임을 표방하고 나선다. 에일리언은 나오지만 비키니는 나오지 않는 이 영화의 원제는 '인베이전 오브 에일리언 비키니(Invasion of Alien Bikini)'. "한 프랑스 가 영화제에서 '잘 먹히는' 말로 뽑은 세 단어를 그대로 콘셉트로 잡았다"는 오영두 감독의 설명은 이 독립영화가 예술보다 예능에 가까운 것임을 짐작케 한다.

일단 웬만한 SF 블록버스터의 주요 소재를 모두 끌어왔지만, 자본이 부족한 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의 거대 서사나 화려한 비주얼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른 생활 숫총각과 암컷 에일리언의 동침 공방전은 75분의 러닝타임을 감당하기에는 다소 힘이 달린다. 더구나 키노망고스틴은 전작인 <이웃집 좀비>의 제작비 2000만 원의 1/4로 <에일리언 비키니>를 찍었다. 시종일관 어둡게 보이는 화면은 더위 때문에 대부분 밤에 촬영하거나, 열악한 조명 장비가 실내에서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전작부터 '헝그리 정신'을 벗 삼아 작업해온 제작진은 이런 열악한 제작 여건을 상쇄시키기 위해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SF, 액션, 섹시 코미디 등에서 출발한 영화는 후반부에 심리극과 호러까지 장르를 넓힌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장르가 이것저것 삽입되는 경우 대개는 개연성 없이 실패하고 말지만, <에일리언 비키니>는 저예산 B급 영화 특유의 정서 안에서 이런 장르적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버무린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서툴고 투박하다. 이야기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특수효과는 조잡해 소품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총제작비 500만 원과 열악한 촬영, 조명 장비로 감독의 집에서 대부분을 찍은 영화임을 감안하면 인풋 대비 아웃풋의 효율성은 높다.

무엇보다 복잡한 미술, 무대장치와 특수효과 등으로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에게 영화는 '헝그리한' 환경에서도 SF는 가능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촬영 도중 KBS <남자의 자격> '초심' 편에 출연하며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에일리언 비키니>는 시종일관 초심으로 완전무장한 영화다.

자본의 힘에 기댄 시각효과 대신 영화가 내세운 무기는 오로지 '상상력'과 '아이디어'다. 그리고 그 초심 충만한 상상력은 오히려 할리우드식 물량 공세에 물들어 참신함을 잃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에게선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