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리그' 1억 상금 걸고 리그제로 11개팀 각축

tvN '코미디 빅리그' 현장공개
상금 1억.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위기의 코미디가 내건 상금이다.

8월 30일 저녁.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는 40여 명의 개그맨들이 집결했다. 바로 이 상금을 위해 칼을 뽑은 출연자들이다. 이상하게도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듯.

케이블 채널 tvN은 KBS <개그콘서트>의 김석현PD를 영입하고 그 첫 프로그램으로 <코미디 빅리그>를 내놓았다. 개그 프로그램으로서는 처음으로 '리그제'를 도입해 총 11개 팀이 코미디로 승부를 겨루는 독특한 '개그쇼'다.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한 개그맨들은 상금에 대한 욕심보다는 개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 유발에 더 매력을 느낀 듯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신 개그맨들이 총 출동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코미디 빅리그>는 방청객 200명이 개그맨들의 코너를 보고 탁구공을 넣는 방식이다. 가장 많은 탁구공을 받은 순서대로 1위에서 5위가 가려진다. 총 10회로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은 1~7회까진 1등 5점부터 1점까지 받게 되며, 파이널인 8~10회때는 1등 10점부터 5등 2점까지 받아 합산 점수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2등과 3등에게도 각각 5000만원과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MC 이영아, 이수근
<코미디 빅리그>를 보면 어쩐지 최신 버라이어티 쇼의 공식이 모두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다. 서바이벌을 담고 있다는 데에선 Mnet <슈퍼스타 K>, MBC <위대한 탄생> 등과 닮아있고, 최정상의 개그맨들이 경합을 벌인다는 것과 방청객이 심사를 한다는 점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와 비슷하다.

트렌드가 된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공 방식을 흡수해 새로운 버전의 개그 프로그램이 탄생한 셈이다. 특히 시즌제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 식상함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이 나서서 코미디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개그맨은 "<코미디 빅리그>가 성공하면 <슈퍼스타 K>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상파의 뒤늦은 베끼기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지만 코미디가 부활할 수 있다면 그리 부정적이지 만은 않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지상파에 남아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개그콘서트>와 <삼색극장 개그스타 시즌2>, MBC <웃고 또 웃고> 뿐이다. <개그콘서트>를 제외하고 나머지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에 편성돼 5%도 안 되는 시청률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송사 입장에선 스타가 없고, 시청률을 보장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황금 시간대에 편성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코미디의 부활을 노리는 건 단순히 꿈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코미디의 회생을 케이블 채널이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던 김석현 PD의 노하우와 CJ & M의 파격적인 지지는 한국 코미디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데 기인한다.

이에 SBS도 지난해 10월 폐지했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을 오는 10월에 방영 예정이다. '시즌2'라는 이름으로 사회풍자 코미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진행됐던 공개 코미디라는 점과 편성 시간대의 불리함 등을 어떻게 이겨낼지는 두고 봐야할 대목이다. <웃찾사>가 화려하게 재오픈하는 게 코미디의 회생이 될지 말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코미디 빅리그>는 타 방송 프로그램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것, 개그 전문PD의 노하우 등이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박준형, 정종철, 유세윤, 장동민, 윤택, 김미려, 정주리, 박휘순, 김인석 등의 개그맨들의 활약도 숨겨진 장치다.

"연예계에서 개그판이 가장 척박하다. 출연료도, 기회도 많지 않다"며 개그계를 걱정하던 김석현 PD의 의지가 의미 있게 비춰지는 시점이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