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 vs 소녀시대
'아이돌' 열풍은 이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코드다. 이 중 '걸그룹'의 활약은 단연 눈부시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2NE1 등으로 대표되는 걸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K-POP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걸그룹 열풍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한국전쟁 직후 김씨스터즈가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활동했다. 걸그룹의 할머니 뻘이다. 현재처럼 대형 기획사의 전문적인 훈련을 거친 '아이돌'형 걸그룹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걸그룹을 필두로 한 '산업형' 아이돌의 등장은 가요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기획 마케팅에 의한 전략은 10대 시장을 정조준했다. 멤버들을 기획 상품처럼 캐릭터화 시켰으며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반복적인 노출로 팀의 인지도를 높였다.

2000년 후반에 등장한 아이돌 그룹은 초기 그룹의 토대에서 진화를 거듭했다. 멤버의 개별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졌고 K-POP 열풍으로 해외 활동 비중이 늘었다. 데뷔 후 노래와 춤 실력을 쌓아가는 '성장형'이 아닌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친 '완성형'의 형태를 띄고 있다.

세월 따라 유행은 바뀐다. 걸그룹은 그 변화의 중심에 늘 있었다. 닮은 듯 다른 걸그룹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할 때 묘한 흥미가 유발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다른 매력으로 무장했던 걸그룹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했다.

S.E.S vs 원더걸스
▲ '요정' 핑클 VS '여신' 소녀시대

핑클과 소녀시대는 시대를 관통하며 '요정'과 '여신'으로 군림했다. 두 팀 모두 순수한 소녀의 컨셉트로 데뷔했다. 핑클의 '블루레인'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긴 생머리 스타일에 치마를 입은 멤버들의 소녀 감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행보도 비슷하다. 핑클이 '내 남자친구에게'로 애교를 보였다면 소녀시대는 '소녀시대'무대서 앙증춤을 선보였다. 핑클이 '나우'로 카리스마 있는 변신을 택했듯이 소녀시대도 '런 데빌 런'을 변곡점으로 삼았다.

활발한 솔로 활동도 마찬가지. 이효리가 솔로 가수로 자리를 잡았고 옥주현은 뮤지컬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성유리와 이진은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소녀시대는 태연 티파니 제시카 등이 솔로 곡을 발표하는가 하면 윤아 수영 유리 등은 드라마에 출연했다. 써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핑클은 해체 후 개별 활동에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다.

▲ '원조 해외파' S.E.S VS '빌보드 진출' 원더걸스

디바 vs 2NE1
S.E.S는 1998년에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이들은 그해 10월 일본에서 첫 싱글 '운명적인 세계'를 발표한다. 데뷔 성적은 오리콘 차트 37위. 계은숙, 김연자 등 엔카 가수를 제외하고, 일본에 진출한 국내 가수 중 역대 최고의 성적이었다. 이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텔미''쏘핫''노바디' 등을 연이어 히트시킨 원더걸스는 2009년 돌연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은 미국에 진출한 지 7개월 만인 10월 '노바디' 영어 버전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핫100의 76위에 진입했다. 이들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년에는 TV영화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에도 출연한다.

이들은 해외 진출의 첨병으로 현지화에 누구보다 몰입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S.E.S는 짙은 염색과 밝은 화장톤으로 일본 그룹과 흡사한 컨셉트로 치장했다. 원더걸스는 '노바디'로 1960년 흑인 여성 그룹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컨셉트로 미국 대중에 친밀감을 내세웠다. 두 팀 모두 현지 언어에 능통한 멤버 슈(일본어)와 유빈(영어) 등이 견인차 역할을 한 점도 눈길을 끈다.

▲ '중성매력' 디바 VS '실력파' 2NE1

1997년 등장한 디바는 독특했다. 이들은 기존 걸그룹들과 달리 격렬한 댄스 음악을 추구했다. 곱상한 외모와 귀여운 춤과 거리가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힘이 넘쳤고 무대에서 악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카리스마로 무장했다.

2NE1의 등장도 이색적이었다. 전자음을 기반으로 한 흑인음악을 추구하는 이들은 넘치는 개성과 함께 실력파임을 강조했다. 강렬한 소품과 기괴한 프린트로 '여전사'의 느낌을 강화했다. 섹시함과 귀여움 대신 스타일과 차별화를 내걸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팀 모두 모델이 된 남자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디바는 활동 시기에 '여자' D.O.C로 불렸다. 2NE1은 데뷔 전 '여자' 빅뱅으로 불렸으며 데뷔 곡 '롤리팝'도 함께 불러 화제가 됐다. 두 팀은 해당 남성 팀과 닮은 듯 다른 개성으로 팬들에게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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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