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스피드와 순발력 강화, 넓어진 수비 범위 등 기대

오릭스 이대호(29)가 체중 감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10kg에 가까운 살을 뺏지만,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렇다면 슬림해진 이대호에게 기대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배트 스피드+순간 스피드 ‘업’

타격 능력만 놓고 보면 이대호는 이미 경지에 올랐다. 안타와 타점, 홈런 생산 능력을 고루 겸비한 타자는 일본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의 스승인 김무관 LG 타격 코치를 비롯해 오릭스 관계자들도 이대호의 타격 기술은 손댈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면 배트 스피드가 빨라질 수 있다. 체육과학연구원(KISS)의 최규정 수석연구원은 “만약 체중을 5kg 정도 줄인다면 배트 스피드에는 큰 차이가 없겠지만 10kg 이상은 얘기가 달라진다. 타격의 핵심인 허리를 쓰는 데 수월하다”며 “본인이 느끼는 스피드에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27일 설명했다.

배트 스피드는 타자가 스윙을 할 때 배트 헤드가 회전하는 순간적 스피드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승엽은 전성기 시절 150km에 가까운 배트 스피드를 기록했으며, 메이저리그의 내로라 하는 거포들은 이승엽을 뛰어 넘는다.

물론 이대호는 배트 스피드로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다. 930g짜리 무게의 배트를 사용하는 이대호는 배트 헤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선수다. 홈런은 질량(체중+배트 무게)과 속도에 비례하는데, 김재현(전 SK)처럼 배트 스피드로 장타를 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이대호는 질량을 극대화 해 홈런을 치는 타자다.

최 수석연구원은 “이대호는 질량에 이점이 있는 선수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스피드는 타고난 유연성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하지만 체중을 줄이면 민첩성과 순발력이 좋아진다. 일본 투수들이 뜻하지 않은 공을 던졌을 때 빠르게 배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수비와 주루는 ‘플러스’… 요요 현상은 피해야

슬림해진 이대호에게 기대 되는 다른 능력은 많다. 1루수를 맡을 예정인 이대호는 보다 넓은 수비 범위를 보일 것이며,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도 할 수 있다. 또 심리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자신감도 갖게 된다.

최 수석연구원은 “운동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와 자신감이다. 이미 자신이 밝힌 10kg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대호는 일본에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단, 우리 몸에는 ‘항상성’이 있다. 요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이대호가 최소 3개월 간 지금의 체중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넥센 송지만(40)은 부상 방지를 주된 이점으로 꼽았다. 송지만은 “매일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충격이 쌓인다. 무릎, 발목 등의 부상이 오래가는 것도 과체중 때문”이라며 “(이)대호가 살을 빼는 것도 타격 기술 보다는 부상 방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송지만은 몇 년 전부터 꾸준한 체중 감량에 성공, 마흔 살까지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