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상류사회'서 또다른 도전

존재에 대한 소중함은 그 사람이 없고 난 뒤에 실감나는 법이다. 올 하반기는 개그맨 김병만을 재조명한 시간이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달인'이 4년 만에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 뒤로 박수와 극찬이 쏟아졌다.

본인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는 '달인' 마지막 회에서 외발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앞으로 몸이 넘어진 찰나,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시청자에게 쑥스러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후 김병만은 정글과 상류사회로 갔다. 그는 SBS 예능프로그램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과 종합편성채널 JTBC '김병만 이수근의 상류사회'에 출연 중이다. '달인'을 떠났어도 달인의 모습은 여전했다. 매운 고추, 와사비, 까나리 액젓 등을 거침없이 먹었던 '달인'은 아프리카 파푸아뉴기니 등의 오지에서 번데기, 흰개미, 정체불명의 조류 등을 잡아 먹는 '김병만 족장'이 됐다. '김병만 이수근의 상류사회'에서는 대한민국 상위 1%의 삶을 영위하는 이들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며 색다른 웃음을 주고 있다.

김병만 스스로에게는 부담도 된다. 그는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도전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도 크다"는 말에 "나도 인간인데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더 위험하고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서 도전해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은 다만 없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다"고 설명했다.

"인간 김병만이 쏟아 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일념 때문에 그의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묻어난다.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 PD는 "그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이라는 대목에서도 그가 가진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며 "처음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김병만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PD는 이어 "한결 같은 모습, 요양을 바랄 시간에 팔굽혀펴기를 한 번 더 하는 모습, 김병만은 시청자를 배신하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병만은 올해를 포함해 4년 연속 KBS 연예대상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달인' 코너와 함께 하는 내내 정상에 오를 자격을 놓치지 않은 셈이다. 그는 19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선정한 '2011년을 빛낸 코미디언ㆍ개그맨' 순위에서 방송인 유재석 강호동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2011년도 연예대상 트로피만큼은 김병만의 손에서 빛나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강민정기자 eld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