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장식한 '천일의 약속'서 연기 새 지평

배우 수애가 2011년의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SBS 월화미니시리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ㆍ연출 정을영)은 '수애를 위한, 수애에 의한, 수애의' 드라마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수애는 극중 알츠하이머로 시한부 인생을 판정 받은 작가 이서연을 연기했다.

'가위' '형광펜'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던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부터 아기 기저귀를 들고 이리 차보고 저리 차보는 말기 증상까지 쉽지 않은 연기를 소화했다. 수애는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어린 나이에도 알츠하이머 증상이 보이는 '초록이 치매'라는 병이 있지만 30대 여성이 4~5년 만에 죽음에 이르는 일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이지 못한 설정이라는 생각 때문에 최대한 대본에 빠져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수애의 말대로라면 그는 대본이라는 물 속에서 잠영을 했다. 그는 역할에 푹 빠져들었다. 서연이라는 인물은 극 초반 '내연녀'의 이미지가 강했다. 재벌집 외아들이자 건축가 지형과는 집안 배경 차이로 일찌감치 결혼은 포기했다. 결혼 날짜를 잡기 전까지 사랑하자는 게 철칙이었다. '3분의 쾌락'을 위해 회의를 1~2시간 미루고 한적한 교외의 호텔을 찾았다.

그의 연기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본격화되면서 흡입력을 높였다.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형광펜, 형광펜, 형광펜…… 가위!"라며 오열하던 장면은 시작에 불과했다. 회사 동료에게 "나쁜 기지배"라며 독설을 뿜고 걸레질을 하던 고모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장면은 시청률을 상승곡선으로 끌었다. 수애는 "못되고 세고 지르는 장면은 오히려 소화가 쉬웠다"며 "정작 어려운 것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게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이해시키던 장면이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천일의 약속'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신은 극중 서연이 일하던 출판사의 편집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순간이다. 자신이 구두를 벗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맨발로 화장실을 가려던 모습을 동료들에게 들킨 서연은 더 이상 정상업무를 할 수 없다고 깨달았다. 수애는 "알츠하이머이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은 내 스스로도, 상대방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당사자가 극도로 차분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날뛰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면에서 수애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는 빛을 발했다.

수애와 서연이라는 캐릭터, 모두를 살린 일등 공신은 단연 '천일의 약속'의 대본을 쓴 김수현 작가다. 김 작가는 수애를 비롯한 모든 배우에게 '연구하고 또 연구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안겼다. 수애의 소속사인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 측은 "3회를 촬영하고 있으면 대본은 8회까지 나온 상황이었다"며 "쌓여가는 대본을 보면서 '빨리 저 분량을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배우를 강하게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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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기자 eldo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