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치치 / 연합뉴스
'벽안의 태극 전사' 탄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축구는 그간'순혈 주의'를 고집했다.

귀화 선수가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 축구의 풍조지만 한국 축구는 이방인을 대표팀에 수혈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프로 축구에서 정상급 경기력을 확인시킨 이들이 한국 국적 취득과 대표팀 선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르비아 출신 공격수 라돈치치(수원)는 프로 축구에서 대표적인 '한국인 용병'으로 꼽힌다. 인천과 성남에서 활약하며 정상급의 파워와 골 결정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수원으로 둥지를 옮기며 한국에 귀화해 태극 마크를 달고 싶다는 뜻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인천, 성남에 몸 담고 있을 때도 귀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지만 그 때마다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이번은 사례가 조금 다르다. 라돈치치는 정상적인 귀화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 대한축구협회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프로 축구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인다면 대표팀 선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

브라질 출신의 만능 공격수 에닝요는 전북이 K리그의 신흥 명문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2009년과 지난해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비마다 득점포를 터뜨렸고, 오른발 프리킥은 K리그에서 최고로 꼽힌다. 최강희 축구 대표팀 감독은 전북 사령탑 시절 에닝요의 잠재력을 활짝 꽃피우게 한 주인공이다. 에닝요는 최 감독을 '한국 아버지'라고 부르며 은인으로 섬기고 있다.

에닝요 / 연합뉴스
그런 에닝요가 최근 귀화해 한국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시점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최 감독은 지난달 3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만나 농담을 섞어 "에닝요를 귀화시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라돈치치와 에닝요 모두 경기력만 보면 대표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라돈치치의 제공력과 포스트 플레이를 능가할 수 있는 한국인 스트라이커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에닝요는 K리그 최고의 2선 공격수로 꼽기에 모자람이 없다.'해결사'와 '도우미' 능력을 균형 있게 갖췄다.

그러나 라돈치치와 에닝요가 모두 성공적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해도 대표팀에 선발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기술적인 측면 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은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비교할 때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를 만나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배경에는 '단합된 힘'이 있다. 제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정서적인 교감을 이룰 수 없다면 대표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귀화에 대한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태극 마크를 단다면 내부 결속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다. '팬심'도 고려해야 한다. 섣부른 귀화 선수 중용은 한국 축구 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