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계 복고열풍 - '올드보이'의 귀환'최강희호' 이동국·최태욱 복귀, 영국, 베컴·긱스 예비명단 포함스콜스도 은퇴 1년만에 '맨유' 컴백… 제2전성기관록으로 팀 리드 높이 평가

호나우지뉴 / AFP=연합뉴스
난데 없는 복고 열풍이 축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이 국제 축구의 공통된 추세였다. 현재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 웨인 루니(27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모두 스무 살도 안된 나이에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축구도 마찬가지였다. '허정무호'시절부터 '젊은 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청용(24ㆍ볼턴)과 기성용(23ㆍ셀틱)은 약관을 갓 넘긴 나이에 대표팀 붙박이로 활약하며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조광래 감독은'젊은 피' 수혈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지동원(21ㆍ선덜랜드), 남태희(21ㆍ레퀴아), 손흥민(20ㆍ함부르크) 등이 짧은 경험에도 불구, 대표팀에서 중용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현상에 제동이 걸렸다. 홀대 받던 베테랑의 경험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 받은 최강희 감독은 지난 10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전(29일 오후 9시ㆍ서울월드컵경기장) 엔트리를 발표하며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대신 30대 베테랑을 대거 선발했다. (34ㆍ전북)은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기용될 전망이고, 2007년 아시안컵 본선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김상식(36ㆍ전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측면 미드필더 (31ㆍ서울)도 오랜만에 대표팀에 선발됐다.

폴 스콜스 / AP=연합뉴스
베테랑을 중용하는 현상은 한국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단일 팀을 출전시키는 영국은 예비 명단에 데이비드 베컴(37ㆍLA 갤럭시)과 라이언 긱스(3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포함시켰다. 축구 선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는 이들의 관록을 높이 평가한 것. 19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트레블(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FA컵, UEFA 챔피언스리그 석권) 위업의 주역인 베컴과 긱스는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게 되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발을 맞추게 된다.

베컴, 긱스와 함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맨유 전성기를 이끈 폴 스콜스(38ㆍ맨유)는 지난달 1년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그라운드에 복귀,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콜스의 현역 복귀는 은사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요청에 의한 것. 맨유는 미드필더들의 줄부상으로 전력 가동에 어려움이 생기자 스콜스에 'SOS'를 쳤다. 스콜스는 당초 이번 시즌까지만 한시적으로 활약할 예정이었지만 전성기와 비교해 손색없는 경기력을 보이자 맨유는 현재 스콜스의 계약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스콜스를 잉글랜드 대표팀에도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갈등 끝에 사임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대신해 잉글랜드 대표팀을 지휘할 유력 후보인 해리 래드냅 감독은 사령탑 수락 조건의 하나로 스콜스의 대표팀 복귀를 꼽았다. 스콜스는 2004년 유럽선수권을 끝으로 대표팀 경기에 나가지 않고 있다.

마누 메네세스 브라질 대표팀 감독은 오는 29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보스니아와의 친선 경기 엔트리에 호나우지뉴(32ㆍ플라멩구)를 발탁했다. 호나우지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 물 갔다'는 취급을 받았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메네세스 감독은 지난해 9월 가나와의 친선 경기를 앞두고 호나우지뉴를 대표팀에 복귀시켰고 주장 완장을 채워 풀타임 출전시켰다. 보스니아전 엔트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메네세스 감독은 "최근 부진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호나우지뉴를 감쌌다.

이동국
브라질 축구 대표팀은 현재 네이마르(20ㆍ산투스), 간수(23ㆍ산투스) 등 젊은 선수들이 새롭게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이다. 메네세스 감독은 백전노장 호나우지뉴의 경험이 팀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듯 하다.

호나우지뉴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희망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은 2년이 남아 있어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은 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


최태욱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