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음원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음원 구매량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종량제'가 시행될 조짐이다.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정 금액을 내고 사용하던 '정액제'가 존폐의 위기에 몰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 음악권리자 3단체(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등은 지난달 저작권위원회 심의를 열고 음원사용료 징수규정에 대한 개정논의를 진행했다. 이달 중에도 심의 일정이 잡혀 있다. 최대 현안은 '정액제' 폐지와 '종량제'실시.

전문가들은 이번 안건을 향후 음악산업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으로 분류한다.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는 지적이다. 음원 정액제를 둘러싼 목소리를 들어봤다.

# 터무니없는 공급단가

지금까지 음원 소비자는 한 달에 3,000원이면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5,000원이면 40곡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다. 음악 소비자에게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천국을 느낄만한 같은 거래다. 반대로 저작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지옥에 떨어졌다.

이는 정액상품의 곡당 평균공급단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곡당 다운로드 공급단가는 63.9원. 이중 저작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10.7원. 실연자와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인접권료는 5.4원과 47.8원으로 책정된다. 할인률이 81%가량 적용된다.

그 어떤 메가 히트곡을 쓰고 연주하고 제작해도 이들에게 떨어지는 금액은 1회당 50원이 채 안 된다. 전세계 유례없는 낮은 공급단가는 저작자의 창작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세계를 무대로 활개를 치고 있는 K-POP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불법시장 대처 위한 고통분담

당초 정액제는 P2P사이트를 이용하던 불법 사용자를 저가의 유료시장으로 편입하기 위해 저작자와 제작자의 제살을 깎는 고통분담으로 용인됐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이 더 이상의 고통을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은 고착됐다.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의 구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여기에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하드웨어가 개발된 것은 물론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콘텐츠를 불법으로 구매하지 않겠다는 소비자의 마인드 변화도 이들의 외침을 가능케 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저작자와 제작자 모두 불법시장에 대처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각 변동 일어날까?

종량제가 줄 국내 음악시장의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단가의 상승이 시장의 규모의 팽창으로 이어질지 업계 전문가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정액제 관련 매출이 수년째 정체됐던 터라 대부분의 음원 서비스 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에서 곡당 99센트(1,100원)를 받고 있는 애플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어, 아이튠스의 국내 상륙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음원 가격의 30%를 수수료로 챙기고 저작권자가 나머지 70%를 가져가는 애플의 조건을 저작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음원의 해외 수출도 기대된다. 현재로선 턱없이 낮은 음원 가격으로 해외에 공급할 경우 덤핑 시비를 비켜갈 수 없다. 가격의 현실화가 이뤄지면 K-POP 붐을 타고 해외 수출이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 900원의 경제학

국내 음악 시장은 5,000억 규모로 알려졌다. 이중 디지털 음악 시장은86%(2009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5대 음악 포털의 가입자는 2,597만명(2011년 상반기 기준)에 달한다. 이들의 대부분은 정액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음원종량제가 시행될 경우, 음원을 다운로드 양에 따라 사용료를 지급한다. 업계는 한 곡당 600원이던 것이 1,000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만 다운로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커지는 부담이 불법 시장으로 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측도 이에 대해 "음원 권리자들의 의견을 참고해 정부정책이 결정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업계에서는 심리적 저항이 큰 1,000원이 아닌 900원 선에서 절충안을 내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애플이 곡당 1달러가 아닌 99센트를 가격으로 책정해 심리적 저항을 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900원의 경제학이 침체에 빠진 국내 음악 시장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성한기자 wing@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