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는 서수민 PD(아랫줄 오른쪽 두 번째)가 600회 특집을 맞아 출연진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요즘 잘 나간다는 예능프로그램의 녹화 현장은 산만하다. 우렁찬 목소리고 "큐!" "다시!"를 짧게 외치던 남자 PD들 대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수다를 늘어놓으며 배꼽을 잡는 여자 PD들이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현장에서 신선한 감각을 뽐내며 높은 시청률까지 거머쥔 여자 PD들의 전력을 분석했다.

서수민 PD '개그콘서트'

KBS 2TV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는 터줏대감 김석현 PD의 바통을 넘겨 받았다. 서수민 PD는 공백을 메우는데 그치지 않았다. 홀로서기 연출 1년이 지난 지금 '개그콘서트'는 서수민 PD 이전과 이후로 나뉘고 있다.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개그 소재로 활용되는 주체가 사회 각계각층의 화자로 다양해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전혀 없는데 그 속에 알맹이를 완전히 바꿔놓은 서수민 PD의 감각을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서 PD는 '매의 눈'을 가진 세심한 연출자로 정평이 났다.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조지훈은 "서 PD는 개그맨들이 같은 높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제일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훈은 "큰 그림을 읽는 날카로운 눈이 있다"며 "조금이라도 비슷한 그림이 없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SBS ' 고쇼'
조지훈과 코너 '사마귀 유치원'에서 호흡을 맞추는 정범균은 "아이디어 검사를 받을 때마다 똑 같은 대사와 행동, 표정처럼 보여도 서 PD는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단박에 알아차린다"고 설명했다.

이예지 PD '안녕하세요'

(이하 안녕하세요)는 예능의 여풍당당 트렌드가 집결된 곳이다. 이예지 PD를 비롯해 전온누리 안상은 등 여자 PD 3명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는 첫 방송 후 9개월 만에 월요일 심야 예능의 판도를 바꿨다. 7년 동안 정상을 지킨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제쳤다.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에서도 앞섰다. 케이블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의 지상파 버전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가 자기 입지 굳히기에 집중한 원동력은 이예지 PD의 해맑은 뚝심이 큰 몫을 했다. '안녕하세요'의 한 관계자는 "이예지 PD는 웃으면서 할 건 다 하는 무서운 사람이다"고 눙쳤다.

KBS 2TV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이예지 PD의 뚝심은 낮은 시청률에 조기 종방되는 비운도 피해갔다. 이 PD는 "월요일 오후 11시 시간대의 주 시청층과 '안녕하세요'의 시청층이 정확히 겹치진 않는다"면서도 "프로그램의 색을 버리면서까지 시청률의 노예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안상은 PD와 전온누리 PD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이예지 PD의 뚝심도 통하기 어려웠을 터다. 기발함이 무기인 안 PD는 '게임폐인녀' 'H컵녀' '조선시대녀' 등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만든다. 전국구에서 인터넷과 우편으로 쏟아지는 사연을 추리는 결단력은 전온누리 PD의 꼼꼼함에서 비롯된다.

서혜진 PD '고쇼'

'주병진의 토크콘서트', '이문세의 오아시스' '박중훈 쇼' 등 메인MC를 앞세운 토크쇼의 성공사례가 필요한 요즘. 배우 고현정을 MC로 앞세운 SBS '고쇼(GoShow)'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고쇼'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오랜 연출자로 최근 'K팝스타'까지 거친 서혜진 PD가 수장이 됐다. 고현정을 비롯해 윤종신 김영철 정형돈 등 패널의 매력을 변주할 서혜진 PD의 감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혜진 PD는 SBS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을 연출한 '스타PD'로 통한다. 그럼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낮은 자세가 그의 강점이다.

'고쇼'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 때문에 그와 한번 만난 연예인이나 방송관계자들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쇼'는 3년 전부터 추진된 프로젝트다"면서 "결국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토크쇼MC로 끌어낸 설득력과 추진력 또한 서PD만의 능력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배우 조인성 천정명과 그룹 리쌍의 멤버 길과 첫 녹화를 마친 '고쇼'. "처음이라 호흡이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는 아쉬움과 "고현정이라는 배우를 MC로 컨트롤하는 카리스마가 빛났다"는 칭찬이 엇갈렸다. S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여자 PD가 만드는 토크쇼라는 차별점만으로 '고쇼'는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고쇼'는 내달 6일 첫 방송된다.



강민정기자 eldol@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