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AP=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복귀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호날두는 2009년 여름 8,000만 파운드(약 1,488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입성한 호날두의 파괴력은 맨유에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40골을 터트리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고, 올 시즌에도 35골을 터트리며 라이벌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호날두의 EPL 복귀 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생활에 염증을 느껴 EPL 복귀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호날두의 이적은 주제 무리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거취와 궤를 같이 한다. 2010년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부임한 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을 필두로 한 구단 수뇌부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날두의 이적설은 지난 1월부터 불거졌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첼시가 우승을 위해 호날두의 영입을 원한다는 것이다. 은 맨시티와 첼시의 사령탑 제의에 호날두의 동반 이적을 조건으로 달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긴 일련의 과정을 돌아볼 때 호날두의 EPL 복귀 가능성은 충분하다.

무리뉴 감독
호날두는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유도한 이후 매 시즌 이적과 관련한 소문이 나돌았다. 2008년 5월 맨유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에는 떠나고 싶다고 했다. 다급해진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호날두는 결국 잔류를 선언했지만 전력 보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퍼거슨 감독의 호소에 이적을 1년 유예했을 뿐이라는 것이 후일 밝혀졌고 결국 2009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결심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EPL 2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맨유에서의 성취감이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소망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호날두의 이적 결심에는 EPL 원정 경기에서 쏟아지는 야유와 언론의 공격적인 태도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호날두는 영국 언론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신과 관련한 잘못된 보도를 낸 영국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두 번이나 승리했다. 2009년 1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는 사고 자체보다 언론의 보도 태도가 더욱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더욱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바르셀로나와의 라이벌전에서 부진하다는 이유로 홈 팬들까지 호날두에 야유를 퍼붓고 있다. 지난해 12월 '엘 클라시코'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1-3으로 패했다. 호날두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팬들은 호날두에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호날두는 마음이 상한 듯 1월 그라나다전에서는 골을 넣고도 침통한 표정을 보여 팬들에게 항의의 뜻을 표현했다.

이후 호날두는 '맨유 팬이 그립다'는 말을 해 EPL 복귀설을 부채질했다. 루니 퇴장 파문 이후 EPL의 모든 구장에서 호날두는 '공공의 적' 취급을 받았지만 맨유 팬은 그에게 변함 없는 지지를 보냈다. 라이벌전에서 실수했다는 이유로 홈 팬들의 비난 화살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향수'를 느낄 법도 하다.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 또 다시 패배한다면 호날두와 의 거취는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 호날두도 '엘 클라시코'의 부담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 하다.

호날두는 2월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리오 퍼디낸드의 잉글랜드 복귀 질문을 받고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에도 매일 빠짐없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걱정돼서'라는 이유에서다. 스페인에 건너올 때부터 EPL 복귀를 염두에 뒀을 수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