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팔도 프로야구가 당초 목표 관중 700만 명을 넘어 800만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LG와의 경기에서 3루측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이승엽(삼성)의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女 점유율 40% 육박
'퀸스 데이' 이벤트 등 구단, 타깃 마케팅 박차
LG 두산 롯데 넥센 팀 성적 펄펄 응원석 꽉꽉
박찬호 김태균 이승엽 관중동원 효과 으뜸
'스포츠-문화' 대중 인식변화도 한몫

2012 팔도 프로야구가 페넌트레이스 한 달여 만에 목표 관중 700만 명을 상향 조정하게 생겼다. 800만 시대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페넌트레이스가 전체 일정의 20%를 넘어섰다. 폭발적인 흥행 가도 속에 관중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지난 16일까지 치러진 118경기에서 총 185만5,779명이 전국 8개 구장(청주 포함)을 찾았다. 관중이 늘어나는 속도를 고려하면 처음 목표인 710만보다는 800만 관중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총 680만 명에 65%를 기록했던 좌석 점유율은 올해 77.9%(4월까지 합산 기준)까지 뛰어올랐다. 메이저리그 전체 좌석 점유율은 69%, 일본 프로야구는 70%. 미국과 일본을 넘었다. KBO 관계자는 "프로야구 시즌이 막 20%를 넘겼다. 초반임에도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나다. 각 구장마다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800만 관중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언니들이 떴다

야구는 남자만의 스포츠가 아니다. 관중 수의 증가에 큰 공을 세운 건 누가 뭐래도 여성이다. KBO에 따르며 2000년대 초반까지 20% 후반에 머물렀던 여성 관중이 40%까지 늘었다. 야구가 여성들의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발걸음이 800만 관중 시대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여성 팬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도 더욱 활발해졌다. 구단마다 여성을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와정기적인 행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여성을 위한 야구 서적도 속속 출판되기도 한다.

두산의 '퀸스 데이'는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경기장을 찾은 여성 팬을 대상으로 입장권 가격을 2,000원 할인하고 각종 경품을 제공한다. LG 역시 마찬가지다.'레이디 데이'를 정해 경품 행사 및 선수와의 만남 등을 주선하다 보니 갈수록 여성 팬들의 발길이 길어지고 있다.

SK는 여성들에게 직접 야구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관중 확보'에 활용했다. 지난해 6월부터 6차례에 걸쳐 '여성 야구교실'로 이론과 실기 수업을 진행해 야구 이해의 폭을 넓혀 주었다.

이밖에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여성을 위한 친절한 야구 교과서'를 출간했다. 허 위원은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 팬이 즐겁게 야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젠 주부들이 주축이 된 조직적인 응원단까지 등장할 정도다.

우리 팀 잘하네!

여성 팬 1명을 확보하면 최소 남자 친구나 남편을 동반하는'1+1'이나 자녀와 함께 하는 '1+2', 최대 '1+4,5'까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남성 팬들의 관중 동원력과는 수적으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 LG는 홈경기 17경기(이하 16일 기준) 에 38만7,796명 평균 2만2,818명으로 최다 관중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동 경기수 대비 25% 상승했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요 전력이 빠져나가 뒤숭숭했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두산도 마찬가지. 홈 13경기의 누적 관중 27만3,959명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만1,074명. 두산 관계자는 "18, 19, 20일은 만석이다. 지난해보다 한 회당 50~100명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야구 도시'부산 사직구장도 폭발적이다. 홈 팀 롯데는 16경기에 35만5,405명 경기당 평균 2만2,213명이 들었다. 팀의 주축이었던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진 상태임에도 지난해와 비교해 7% 관중이 늘었다.

넥센의 본거지인 목동구장은 12경기에 총 11만3,307명, 9일과 10일 LG전 때는 이틀 연속 평일 매진(1만2,500명)을 기록하는 등 총 4차례의 만원 사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경기와 비교하며 76%가량 상승하며 8개 구단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해외파 직접 보자

LG, 두산, 롯데, 넥센의 경기 때마다 관중이 폭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성적이다. 네 팀 모두 지난해보다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팀 성적이 좋아지자 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늘고 있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등 외국에서 활약하던 해외파 선수에 대한 관심도 관중이 늘어나는 데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화는 이번 시즌 바닥권에서 헤매고 있다. 8위지만 관객 동원만큼은 상위권이다. 홈 구장은 연일 매진이다. 지난해 KIA가 세웠던 5경기 연속 매진 기록도 깬지 오래다. 지난 13일 대전 롯데전까지 홈 구장 8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15억의 사나이' 김태균 덕이다. 삼성은 '국민타자' 이승엽이 관중 동원에 일등 공신이다. 이승엽이 타석에 나가는 순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만 들어도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넥센에겐 김병헌이 있다.

함께 즐기는 문화 형성

야구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한 몫을 담당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계기로 야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스포츠가 아닌 함께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마땅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응원 문화를 즐기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보는 회식 문화로까지 이어질 정도다.



문미영기자 mymoon@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