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최고 수비수 니클라스 리드스트롬(왼쪽)이 8세 아들과 부인의 응원을 받으며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리드스트롬은 지난 1일(한국시간) 기자 회견을 열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디트로이트=AP 연합뉴스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최고 수비수로 꼽히는 니클라스 리드스트롬(42)이 현역에서 물러났다. 말은 쉽지만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속담을 이행한 보기 드문 경우다.

리드스트롬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 의사를 밝혔다. 불혹을 훌쩍 뛰어 넘은 나이에도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손색 없는 경기력을 보였음을 고려할 때 선수 생활 연장을 욕심 낼 법도 했다. 그러나 그는 "최고 수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빙판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리드스트롬의 별명은 '완벽한 사람(Perfect Human)'이다. 빙판 안팎에서 동료와 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켄 홀랜드 디트로이트 단장은 "우리 시대 진정한 MVP"라고 경의를 표했고, 48세까지 NHL 빙판에 섰던 크리스 첼리오스(50)는 "리드스트롬은 '완벽하다'는 표현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누구도 그와 비교될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가 NHL에 아로새긴 역사는 '완벽남'이라는 호칭이 붙은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1991년 NHL에 데뷔한 그는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줄곧 디트로이트 레드윙스에서 활약하며 단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는 꾸준함을 보였고, 한 시즌도 빠짐 없이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누렸다. NHL 정상에 네 차례나 올랐고, 2001~02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잭 노리스 트로피를 7차례나 수상했고, 올스타에 12번 뽑혔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17명 밖에 배출되지 않은'골든 트리플 클럽(NHL, 올림픽, 월드 챔피언십 우승)' 멤버이기도 하다. 리드스트롬은 1991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 챔피언십에서 스웨덴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7년 스웨덴 엘리트 리그에서 성인 아이스하키 무대에 데뷔한 리드스트롬은 1989년 NHL 드래프트 전체 53순위로 디트로이트에 지명됐고 1991년 데뷔했다. 러시아 출신의 파벨 부레에 밀려 신인왕을 놓쳤지만 그는 루키 시즌 정규 리그 80경기에 출전, 11골 4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스타 탄생을 예고한 이후 20년 동안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NHL 사상 최고 수비수'라는 격찬을 받았다.

NHL은 살인적인 몸 싸움으로 유명하다. 190cm을 넘는 거구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수비수의 경우 강력한 보디 체킹 능력이 필수적이다. 185cm의 리드스트롬은 NHL 수비수치고는 크지 않은 체구다. 그는 체격적인 열세를 지능적인 플레이와 테크닉으로 보완했다. 20년간 단 한 번도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불혹을 넘은 나이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리드스트롬은 2010~11 시즌 정규 리그 전 경기(82)에 출전해 16골 4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통산 7번째 잭 노리스 트로피를 수상했다. NHL 역사상 최고령 기록이다. 2010년 12월 15일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와의 정규 리그에서 5-2로 이길 때 3골을 터트리며 NHL 사상 최고령 수비수 해트트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리드스트롬은 2011~12 시즌에도 정규 리그 70경기에 출전, 11골 2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과거와 같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한 것이 은퇴를 결심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한 듯 하다. 그는 플레이오프 5경기에 출전했지만 포인트(골+어시스트)을 수확하지 못했다. 데뷔 후 포스트시즌에서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첫번째 시즌이다.

리드스트롬은 지난 4일자(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지역 무료 신문에 게재한 전면 광고를 통해 작별 인사를 전해 팬들을 감동시켰다. 같은 날 인기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는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콘서트를 은퇴한 리드스트롬에 헌정했다.



김정민기자 goavs@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