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관중, 장외 신경전, 선수간 경쟁도 과열

수원 삼성 오범석
"반칙왕! 제대로 붙자"

서울은 경기를 앞두고 '반칙왕 스테보에게 고함'이라는 동영상으로 수원을 도발했다. 영상에는 반칙이 많은 수원과 스테보를 비꼬아 '반칙 작전 따위 던져버리고 제대로 한판 붙자'는 자극적인 내용이 담겼다.

"승점자판기 북벌하자~"

북벌은 수원이 서울과 경기 때마다 '북쪽 팀을 정벌한다'는 의미로 내세우는 구호. 수원 선수들은 서울을 승점 자판기에 비유하며 "정말 먹고 싶었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는 K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K리그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명품 더비' 반열에 올라섰다. 서울과 수원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소개한 세계 7대 더비', '아시아 최고의 라이벌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박진감 넘치는 승부부터 뜨거운 장외 신경전과 심리전까지 그라운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슈퍼 매치'에 열광하는 이유를 짚어봤다.

FC 서울 최태욱
▲축구팬들의 시선 쏠린 '슈퍼 매치'

서울과 수원전은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다. 구름 관중이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을 대변한다. 'K리그의 엘클라시코'인 서울과 수원전이 열리면 평균 4만명 이상의 축구 팬들이 몰린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팬들 덕분에 '슈퍼 매치'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양 팀 서포터스간 응원전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수원월드컵경기장 등 어디를 가든 홈 응원석뿐 아니라 원정 응원석도 가득 차기 때문에 그야말로 팽팽한 대립이 가능하다.

서울과 수원전의 역대 최다 관중은 2007년 4월8일 5만5,397명. K리그 관중 순위 3위에 해당한다. 그리고 K리그 관중 순위 10위 안에는 서울-수원 경기가 5차례나 포함됐다. 구름 관중은 선수들의 가슴까지 뜨겁게 끓어오르게 만든다. 지난 20일 '상암벌'에서 열린 서울과 수원전에서는 양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뛰쳐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라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뜨거운 장외 신경전

장외 신경전은 '슈퍼 매치'의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미다. 수원과 서울은 '페어 플레이'를 약속하지만 서로를 도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 4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경기는 '승점 자판기' 논란이 일었다. 수원은 당시 경기 전 '북벌 2012 기획 영상 승점 자판기' 동영상을 공개했다. 북벌은 수원이 서울과 경기 때마다 '북쪽 팀을 정벌한다'는 의미로 내세우는 구호. 동영상 속 수원 선수들은 서울을 승점 자판기에 비유하며 "정말 먹고 싶었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서울이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 대신 신사적인 축구를 보여주자"고 했지만 수원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그러자 서울도 지난 20일 경기를 앞두고 '반칙왕 스테보에게 고함'이라는 동영상으로 수원을 도발했다. 반칙이 많은 수원과 스테보를 비꼬아 '수원아! 스테보야! 반칙 작전 따위 던져버리고 제대로 한판 붙자'는 자극적인 내용을 담았다. 결국 20일에는 양팀 구단 직원 사이의 주먹 다짐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경기 그 이상의 의미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은 1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 서포터스는 지난 20일 경기까지 수원에 5연패를 당하자 최용수 FC서울 감독과 면담을 요청하며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서울이 K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라이벌전 패배로 팬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선수단 버스가 나가지 못하게 팬들은 도로에 드러누워 버렸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에서 부진하면 직격탄을 맞듯이 라이벌전은 1경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과 수원도 혹독한 라이벌전 후유증도 겪는다. 지난해 서울은 개막전에서 수원에 패한 뒤 1승3무2패로 부진해 결국 황보관 감독의 사퇴까지 이어졌다. 2009년에는 수원이 서울에 패한 뒤 6경기에서 1승3무2패를 하며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sp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