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극 '빅'서 귀여운 팜므파탈역 도전

"우리 드라마를 봐야 하는 이유요? 음…. 공유가 나오고, 이민정이 나오고, 수지도 나온답니다.(웃음)"

누가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빅' (극본 홍정은, 홍미란ㆍ연출 지병현, 김성윤)에 이들만 나온다 했던가. 스스로 뱉은 말이지만 '빅' 에는 누가 뭐래도 배우 장희진의 비중이 무거운 작품이다. 데뷔 10년 차에 올해 서른이 된 그는 "이제 나도 잘 될 때가 되지 않았냐" 며 우스갯소리를 건넬 만큼 여유를 찾았다.

장희진은 '빅' 에서 악녀다. 극중 의사 서윤재(공유)의 옛 여자친구이자 동료 이세영 역을 맡았다. 18세 강경준(신원호)의 '30세 서윤재 놀이' 에 웃음이 터지고 매형을 처제라 부르는 길충식(백성현)의 백치미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세영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반전된다. 로맨틱코미디의 '빅' 이 에로틱코믹멜로로 바뀐다.

극중 세영은 예쁘다. 능력도 있다. 그래서 당당하다. 사랑 앞에 떳떳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한 가지 못 쫓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길다란(이민정)이다. 임용고시에서 매번 떨어지는 기간제교사에 행동도 우유부단하고 바보 같은 여자한테 옛 남자를 뺏겼다는 현실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직 자신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청첩장이 나왔는데도 돌리지 않는 윤재를 보며 일말의 희망은 가져본다. 손 끝 한번만 스쳐도 온 몸의 세포를 깨우는 팜므파탈의 매력으로 윤재에게 접근한다. 에로틱멜로의 분위기가 형성되다가도 잔뜩 긴장한 윤재의 모습에 코미디가 된다. 30세 윤재의 몸 속에 18세 경준의 영혼이 들어가 있기 때문. 몸만 어른이고 정신은 청소년인 윤재의 과민반응에 세영은 "어딘가 윤재가 아닌 것 같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라며 혼란스러워 할 뿐이다.

세영의 존재감은 '빅' 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극중 다란에 대한 윤재의 진심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세영의 역할이 크다.

'빅' 의 홍보를 맡은 영화사 숲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 전화통화에서 "세영 캐릭터는 윤재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인물이라 앞으로 다란과의 갈등구조가 증폭될 인물이다" 고 밝혔다. 이어 "세영은 윤재가 다란과 사랑해서 결혼하는 게 아닐 거라 굳게 믿고 있지만 앞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며 "그 과정에서 진실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성장통을 보여줄 것이다" 고 전했다.



김성한 기자 wi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