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10m, 50m 공기권총 출전

본인의 장점을 잘 웃고, 잘 먹고, 쾌활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스무살 아가씨. 반면 본인의 단점을 한번 입을 열면 너무 시끄럽다고 솔직하게 답하는 '여자 총잡이'. 당돌한 김장미(20ㆍ부산시청)가 런던 올림픽 금빛 과녁을 정조준 한다.

지난 20일 오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만난 김장미는 TV에서 진지하게 총을 쏘던 모습과 달리 너무나 유쾌했다. '장미'라는 이름 때문에 장미꽃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랬다면 이러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주고 이야기 해달라"고 받아치는 티 없이 맑은 쳐녀였다.

김장미는 올 초 한국 사격계에 혜성처럼 떠올랐다. 성인 무대 첫 출전이었던 올해 1월 아시아선수권 10m 공기권총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더니 4월 런던 프레올림픽 25m 권총에서는 세계 신기록(796.9점)까지 세우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타고난 천재성, 자신감과 결합돼 시너지 효과

김장미는 운동 신경을 타고 났다. 중ㆍ고교 시절 취미로 합기도 대회에 출전해 메달도 여러 개 땄다. 소속팀인 부산시청 서성동 감독은 "장미는 움직이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능력이 타고 났다"며 "159cm, 50kg의 작은 체구와 달리 엄청난 스피드와 순발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서 감독은 "훈련을 할 때도 남자 선수들과 족구, 축구 등을 잘 한다"며 "공격은 무조건 장미의 몫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충북 진천군 진천선수촌에서 열린'2012 런던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 데이' 에서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김장미가 총구를 과녁에 겨누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교 6학년 때 운동을 너무 좋아해 취미로 사격을 시작한 그는 원래 중학교 2학년 때까진 소총 선수였다. 그러다 이듬해 갑자기 권총으로 종목을 바꿔 소년체전에서 우승했다. 그는 "오른쪽 어금니 때문에 소총 자세가 불편해 권총으로 바꿨다"며 "권총을 해 보니 복장도 편하고 총도 짧고 편해서 좋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승부욕 강하고 담대함 갖춘 국제용 선수

김장미는 첫 올림픽 출전에 대해 "올림픽을 아직 안 가봐서 솔직히 모르겠다. 떨린다거나 그런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이가 어려서 사고 친다는 것 보다는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고 오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장미는 강심장을 지닌 국제용 선수다. 서 감독은 "장미는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 보통 국제 대회에 나가면 위축되기 마련인데 오히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담대함이 있어 국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둔다"고 설명했다.

김장미는 이런 주변의 평가에 대해 "선발전 때를 제외하곤 떨려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잘하면 좋은 거고, 못해도 좋은 거라는 식으로 경기했다. 올림픽도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밖에 없으니까 오히려 부담감이 덜하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롤 모델은 진종오, 이유는 잘 쏘니까

김장미는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ㆍKT)를 닮고 싶다고 했다. 보통 여자 선수 중에 한 명을 꼽기 마련인데 김장미는 잠시의 망설임 없이 진종오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그냥 뭐랄까. 진짜 기복이 없는 선배다. 매번 꾸준히 잘 쏜다. 반면 나는 기복이 심하다. 그런 것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김장미는 26일부터 열린 2012 한화 회장배 전국사격대회 여자 일반부 권총 25m 개인전과 단체전, 10m 공기 권총까지 3관왕에 올랐다. 런던올림픽 전 마지막 실전무대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여갑순부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강초현까지 그 동안 한국 여자 사격의 올림픽 메달은 모두 소총이었다. 김장미가 국내 여자 선수 최초로 권총 부문에서 금빛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장미 프로필

생년월일 1992년 9월25일

신체조건 159cm, 50kg

종목 사격 10m 공기권총, 25m 권총

출신교 부광중-예일고

소속팀 부산시청

가족관계 1남2녀 중 둘째

취미 여행

종교 불교

사격을 시작한 동기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취미로 시작

좌우명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목적이 없어서 실패한다

별명 초장. 초감각 장미의 줄임말

수상내역

2009 제3회 아시아공기총선수권대회 여자 10m 공기권총 동메달

2010 제50회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여자 주니어부 25m 공기권총 단체전 은메달

2010 제50회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주니어부 10m 공기권총 단체전 금메달

2010 제1회 청소년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2011 제20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25m 권총 여자일반부 우승

2012 국제사격연맹 런던 월드컵대회 여자 25m 권총 금메달

2012 제12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 25m 권총 단체전 은메달

2012 제12회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 10m 공기권총 우승



이재상기자 alexei@hk.co.kr